[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보릿고개같던 연말연시를 훌쩍 지나 구정 설 연휴로 접어들고 있는 데도 소비심리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명절을 맞아 '또 얼마나 돈을 쓰게 될까' 고민부터 앞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주변을 둘러봐도 주머니 사정에 여유 있어뵈는 분들이 예전만큼 눈에 띄질 않네요.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하루 더 늘어난 휴일이 괜한 부담으로까지 여겨질 지경입니다. 집밖에 나가는 순간 모든 게 다 돈이니, 팬데믹 때마냥 최대한 집에 머물 방도를 찾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기업들도 사정은 매한가지입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의 '2025년 중견기업 투자 전망 조사'에 따르면 '투자 계획이 없다'고 밝힌 중견기업이 50.4%로 절반이 넘습니다. 전년 조사와 비교하면 8.7%p 늘어난 수치입니다. 투자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불확실한 시장 상황(38.2%)', '경영 실적 악화(19.6%)' 등을 꼽았습니다. 지난해 이맘 때 '올해만 넘기면 괜찮겠지' 했었다면, 이제는 '언제 좋아질지 생각 말고 일단은 무조건 씀씀이를 줄이자' 모드인 듯합니다.
일반 소비자도, 기업도 돈 쓰기에 이처럼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로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특이한 점은 나라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장 큰 이유로 정치적 요인이 꼽힌다는 점입니다. 탄핵정국이 계속되고 있는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의 현 정세도 우리나라 입장에선 커다란 불안요소입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자국 중심주의 기조 아래 움직일 것임은 분명해 보이지만 취임 직후부터 쏟아내고 있는 행정명령이 과연 어디서 끝이 날지, 또 우리나라에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짐작조차 가지 않는 상황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워싱턴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열린 실내 대통령 취임 퍼레이드 행사에 참석해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마디로 국내외 정치의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꼭 붙잡고 있는 형국인데요. 미국이야 계속해서 미국 이익을 극대화 하는 길을 가려할 테고, 우리나라는 그 와중에 유탄 맞을 일을 줄일 방법을 모색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흐트러진 정치 리더십을 하루빨리 바로 세울 필요가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지금으로선 아무래도 이 과정에 시간이 한참 걸릴 것 같습니다.
우려스러운 점은 새로운 정치 리더십을 세우기 위한 프로세스에 자꾸 무리수가 끼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빠른 시일 내 다수의 믿음, 다수의 지지를 얻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자꾸 연출되고 있는데요. 주요 도구로 활용되는 것이 바로 가짜뉴스입니다. 이미 누군가에게는 뉴스는 뉴스의 모양새만 갖추면 되는 것일 뿐, 이게 가짜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상대보다 빠르게 사람들을 자극해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려면 한가하게 팩트체크 할 새가 없습니다. 사실이든 아니든 상대에게 불리한 뉴스를 휘발성으로 빠르게 먼저 날려버리는 것, 그래서 상대보다 한 발 먼저 동조세력을 늘려나가는 것이 새로운 필승전략으로 자리매김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팩트에 근거하지 않은 무리수가 정치에 자꾸 끼어들면 그만큼 경제에도 불확실성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됩니다. 정치(政治)란 본래 잘 다스리는 일, 부조화나 부정을 바로잡아 극복하는 일을 뜻하는데요. 이같은 정치의 본뜻대로라면 민생과 직결된 나라경제는 그 어느 분야보다도 바른 정치를 필요로 하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반기가 끝나기 전, 부디 새로운 정치 리더십으로 인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이 한풀 꺾여지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유권자들의 눈썰미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단 무분별하게 뿌려지는 가짜뉴스부터 구별해 내는 눈을 기르는 게, 작지만 중요한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