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모 없이 '추락사'…법원, 현장소장에 징역 1년·법정구속

법원 “기본적 안전장비 없어 사망” 지적
유족 “중처법 확대 늦어져 사업주 '제외'”

입력 : 2025-01-23 오후 1:57:10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안전모도 없이 추락사한 건설노동자 고 문유식씨 사고와 관련해 사측 안전관리자가 징역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기본적 안전장비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법원은 안전관리자를 법정구속했습니다. 
 
23일 서울서부지법에서 건설노동자 고 문유식씨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현장소장에게 징역 1년의 선고가 내려진 직후 유족과 김용균재단 등은 서부지법 인근에서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마성영 판사는 23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장소장 박모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사업주인 인우종합건설은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마 판사는 박씨를 법정구속하면서 “기본적 안전장비가 없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문씨는 인우종합건설이 시공사인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1월22일 2m가량의 이동식 비계에서 떨어졌습니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같은달 29일 외상성 뇌손상 등으로 사망했습니다. 기본적 안전장비만 있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입니다. 사측은 문씨에게 안전모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동식 비계에 안전난간을 설치하지도 않았습니다. 문씨가 작업하던 공간 바닥이 비스듬했는데, 이동식 비계에 바퀴가 달려있어 사고간 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우종합건설 대표는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습니다. 현장소장 박씨만 기소됐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억)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되기 5일 전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만 적용됐습니다. 
 
오는 29일 문씨 1주기를 앞두고 내려진 법원의 선고에 유족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선고 직후 딸 혜연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사고의 심각성과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재판부가 현장소장을 법정구속한 건 다행”이라면서도 “사측의 명백한 과실로 사랑하는 아버지가 떠났는데 사업주는 책임을 회피하며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의 단계적 시행만 아니었다면 사업주까지 책임을 물었을 것”이라며 “법 사각지대에서 노동자의 사망사고의 책임과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유족을 대리한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통상 초범의 경우 실형이 선고되지 않지만, 안전모 지급이나 안전 난간 미설치와 같은 간단한 조치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형이 선고됐다”며 “피해회복을 위해 사과문 작성 외에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유족을 지원하는 김용균재단·민주노총 건설노조 등은 이날 선고 직후 문씨 1주기 추모식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문유식님을 기억하겠다”, “반복되는 건설산재 법원도 공범”이라는 피켓을 들고 영정 앞에 헌화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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