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설 연휴 이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씨 탄핵심판에선 ‘내란수괴’ 윤씨와 행동대장들이 차례로 대면할 예정입니다. 윤씨는 증인들을 압박하는 동시에 지지층을 향해 정치적 메시지를 내는 데 열을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심판에 임하는 전략이 부재한 탓에 23일 4차 변론에서처럼 급조된 해명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걸로 보입니다. 법조계에선 "윤씨에게 전략이 있는 것 같이 않다"며 "앞으로 증인들에 의해 윤씨 주장이 기각될 일만 남았다"고 했습니다. 

  

윤씨는 내란수괴 혐의로 구속된 직후인 지난 21일과 23일 헌재의 3·4차 변론기일에 거푸 출석했습니다. 윤씨 입장에선 수사기관에서 법리에 입각한 조사를 받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헌재의 탄핵심판 출석에만 응하는 건 다분히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걸로 보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사기관의 수사는 피하되 공개적으로 입장을 드러낼 수 있는 헌재 변론에 참석, 12·3 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겠다는 복안인 겁니다. 최근 여야 지지율이 역전되는 상황에서 보수층 결집을 유도하려는 의도도 짙어 보입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형사 재판으로 생각하면 피의자가 조사를 거부하는 건 불리한 선택”이라며 “윤씨는 대통령직에 복귀만 하면 다른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법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변호사도 “수사는 대외적으로 공개가 안 된다”며 “윤씨는 변론내용이 공개되는 탄핵심판이야말로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윤씨가 지난 23일 4차 변론기일 때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직접 신문하면서 12·3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조한 게 대표적 사례입니다. 윤씨가 비상계엄 선포 전후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김 전 장관에게 “기억하느냐”라고 묻자 김 전 장관은 “말씀하니 기억난다”라고 답했습니다. 윤씨 측이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과 필요성을 설명하면 김 전 장관은 “맞다”라고 맞장구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 모순적 진술을 하거나, 본인들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기도 했습니다. 윤씨가 지지층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 생각할 뿐 장기적인 전략이 없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탄핵심판을 모니터링하는 한 변호사는 “포고령에 대해 윤씨는 '위헌성을 알았지만 실행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내버려뒀다'라는 식으로 말했는데, 김 전 장관은 '실행 의사가 있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며 “정치인 체포와 관련해서도 김 전 장관은 포고령 위반 우려 대상자 동정을 살필 목적이라고 했는데, 윤씨 말처럼 반나절 만에 끝날 계엄이라면 우려 대상자 동정을 살필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라고 지적했습니다. 

 

비상입법기구 등 내용이 담긴 이른바 ‘최상목 쪽지’에 대해서도 김 전 장관은 '본인이 직접 작성했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게도 전달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해당 문건은 지금까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만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새로운 계엄문건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된 겁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윤씨 변호인단엔 검찰 특수통 출신들이 모여있다고 하지만 대단한 전략과 스킬이 있는 것 같진 않다”며 “변호인들이 윤씨를 위해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한 부장검사는 “윤씨 변호인단처럼 말도 안 되는 피의자 주장을 똑같이 하는 변호사들이 있다. 어차피 안 될 사건에서 의뢰인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돈을 받는 것”이라며 “윤씨 변호인단은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해 윤씨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윤씨가 검사로서 경험과 판단이 있다면, 형사법정을 겨냥해 무기징역은 피하기 위해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었음을 강조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음달 4일 헌재에서는 윤씨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이 진행됩니다. 여기엔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의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이들은 모두 12·3 비상계엄 당시 윤씨의 지시를 받아 계엄군을 국회에 투입했고, 국회를 무력화하려고 했다는 취지로 증언하고 있습니다.

한 변호사는 “앞으로 증인신문에서는 윤씨 주장이 혼자만의 주장이었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주장은 기각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