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총성 없는 글로벌 관세 전쟁의 막이 올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자유무역 질서가 흔들리고 있는데요. 동맹국도 예외 없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가시화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내수 경기가 이미 최악인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무너지면 1%대 저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불러오는 달러 강세로 환율 리스크는 더욱 커지고, 기준금리 인하 제약도 거세질 전망인데요. 가뜩이나 경기 부양이 시급한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사면초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미국의 8번째 무역적자국…'고율 관세' 촉각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총수출액은 전년보다 8.2% 증가한 6838억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종전 최대치인 지난 2022년 6836억달러를 2년 만에 웃돌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는데요.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8개에서 수출이 늘었고, 9대 수출시장 중 7곳에서 증가하는 실적을 거뒀습니다. 무역수지 역시 51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1월 수출 역시 외형적으로는 전년 동월 대비 10.3% 감소했지만, 장기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영향을 고려하면 호조세를 보였습니다. 산업부는 "지난해에는 2월에 있던 설 연휴가 올해 1월로 옮겨오면서 조업 일수가 4일 감소한 영향 등으로 1월 수출이 줄었다"면서 "다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일평균 수출로 보면 작년보다 8% 정도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한국 수출 역시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놓였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3대 교역국인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절차에 돌입하면서 한국 경제도 본격적인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 들어갔다는 평가입니다. 미국을 상대로 대규모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한국 역시 관세 폭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판단입니다.
실제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11월 누계 기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602억달러로 미국 입장에선 여덟 번째로 큰 무역적자국이었습니다. 대만(674억달러), 일본(626억달러)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실제 관세가 부과된 캐나다(548억달러)보다 한국은 더 많은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대미 무역흑자가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가 한국을 향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버팀목 수출 타격 불가피…1%대 저성장 우려
주요 연구기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 관세 부과에 따라 한국 수출이 대폭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실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약 65조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산업연구원도 보고서에서 미국이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과 한국에 10% 관세를 부과한다고 가정할 때,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10.2% 줄고 국내총생산(GDP) 부가가치와 총수출은 각각 약 8조원, 13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 영향으로 한국과 중국 간의 수출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미국의 관세 부과로 중국이 더 과잉 생산에 나서고, 중국 기업 수출이 다른 국가들로 선회할 경우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우리나라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국내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면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 저성장은 물론,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놓은 '최근 경제 상황과 주요 현안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학 경제학과 교수 100명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평균 1.6%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정부(1.8%)와 한국은행(1.9%)의 전망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글로벌 관세 전쟁 우려에 한풀 꺾였던 원·달러 환율도 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3원 오른 1466.0원에 거래를 시작하면서 장 중 한때 1470원대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통화당국 입장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제약이 더욱 거세져 고민이 깊어질 전망입니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 조치로 국제 무역 질서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우리 수출 기업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들과 수출기업 오찬 간담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대한 고율의 관세조치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기업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 권한대행은 이어 "수출기업 유동성 확보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360조원의 수출금융을 공급하는 한편, 해외전시회·무역사절단 등 수출 지원 사업에 전년 대비 40% 증가한 2조9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이번달 수출전략회의를 재개하고 범부처 '비상수출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수출기업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