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 전쟁이 현실화하면서 글로벌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각 국의 환율 등이 즉각 반응하고 있는데요. 그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 급등하는 것은 물론, 유예 방침을 언급하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닌데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 전쟁 포문까지 열리면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문가들은 국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입' 따라 롤러코스터 장세
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3원 내린 1462.9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밤사이 달러 약세로 전장보다 8.2원 내린 1459.0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 초반에는 1450원대로 하락하기도 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를 한 달간 유예하면서 달러 강세가 진정된 영향이 컸습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전면 관세' 시행을 하루 앞둔 3일(현지시간) 이를 한 달간 전격적으로 유예하기로 결정했는데요. 동맹국에까지 무차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방침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글로벌 금융시장도 한숨 돌리게 됐습니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전날 장중에 1470원을 돌파하기도 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에 25%,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방침을 밝히자,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1466.0원으로 출발한 뒤 1472.5원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이후 상승폭을 줄여나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4.5원 오른 1467.2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에 이어 2거래일간 단숨에 40원 가까이 뛰어올랐습니다. 장중 1470원대를 돌파한 것은 지난달 13일 이후 3주 만입니다. 1430원대에서 마감한 지난달 24일과 비교하면 약 일주일 새 상승폭이 40원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관세 이슈, 환율 상방 압력…1500원대 '고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진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우선 지난해 11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시장에서는 달러 강세 전망이 팽배해진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정책과 보편 관세 등 주요 정책이 강달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데요.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국내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환율 변동폭을 더 키웠다는 분석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변동성 확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행정명령이 당분간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당분간 관세 이슈가 환율 변동성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의 관세 폭탄 사정권이 한국으로 확대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옵니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 정책이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특히 관세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원·달러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1500원대 전망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 연구원은 이번 달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1360~1530원으로 제시하면서 "우회수출까지 바로잡는 과정에서 중국뿐만 아니라 비미국 국가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며 "단기적으로 달러가치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도 이날 '환율 급등 시나리오별 경제적 임팩트 및 대응' 보고서를 펴내고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올해 안에 해소되지 않으면 원·달러 환율이 5.7% 상승 압력을 받게 되고, 이에 따라 환율이 1500원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