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캐피탈, 벤처산업 위축 우려에도 스타트업 소송 강행 논란

어반베이스 "소송 취하 꺼내더니 여론 잠잠해지자 돌변…당황스럽다"
신한캐피탈 "대표가 적극적 소송 중단 의지 안 보여…정당한 법률행위"
벤처업계 "신한캐피탈 승소 시 연대책임 선례 생겨…창업자 불안 증가"

입력 : 2025-02-05 오후 4:38:37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신한캐피탈이 투자한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투자금 반환 청구 소송을 건 뒤 '연대책임' 문제가 불거지며 지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는데요. 이후 해당 창업자를 만나 소송 취하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여론이 잠잠해지자 소송을 다시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신한캐피탈이 승소할 시 벤처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5억 투자 후 12억 반환 요구
 
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캐피탈이 지난 2017년 5억원을 투자한 스타트업 어반베이스 창업자 하진우 대표에 대한 투자금과 이자 반환 소송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신한캐피탈이 어반베이스에 요구한 반환금은 총 12억원입니다. 투자 계약을 체결한 2017년 당시 연 복리 이율이 15%인 관행에 따라 해당 금액이 책정됐습니다. 양측은 오는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3차 변론을 앞두고 있습니다.
 
2014년 설립된 어반베이스는 증강현실(AR)과 3차원(3D) 기술을 활용한 인테리어 플랫폼 기업입니다. 누적 2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술특례 상장까지 준비할 정도로 유망했는데요. 스타트업 투자 시장 악화와 레고랜드 사태 여파 등으로 자금난에 빠졌습니다. 결국 지난 2023년 12월 추가 투자유치에 실패한 뒤 구조조정과 더불어 법원에 회생을 신청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한캐피탈은 회생 신청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상적 사업이 어려워지면 투자자가 주식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투자 계약 조항을 근거로 어반베이스에 주식 상환권을 행사했습니다. 신한캐피탈이 투자한 주식을 어반베이스가 사들여 투자금을 보존하라는 내용입니다.
 
하 대표는 신한캐피탈의 상환권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상환권은 상법상 회사에 배당할 수 있는 이익이 있을 때 청구하는 권리인데요. 하 대표는 창업자 개인에게 청구하는 것은 상환권을 넘어선 과도한 연대책임이라고 주장합니다. 정부는 지난 2022년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하며 창업자에 고의나 중과실이 없으면 연대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했습니다.
 
신한캐피탈은 계약에 따른 적법한 권리 행사라는 입장입니다. 신한캐피탈 등 신기술사업금융업자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제41조에 따라 금융위원회 소관 금융업자로 분류됩니다. 벤처투자촉진법의 연대책임 금지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여전법은 아직 연대책임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신한캐피탈이 지난 2017년 투자한 스타트업 어반베이스 창업자 하진우 대표에 대한 투자금과 이자 반환 소송을 강행하고 있다.(사진=네이버지도)
 
'정당한 법률행위' 주장
 
신한캐피탈의 소송 소식이 알려지자 벤처 업계는 창업생태계 위축을 걱정했습니다. A 스타트업 대표는 "신한캐피탈이 승소하면 벤처캐피탈이 창업자의 개인 재산을 담보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당연해진다"라며 "누가 섣불리 창업을 꿈꿀 수 있겠냐"라고 밝혔습니다.
 
사태가 커지자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 업계도 해당 사안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한 언론브리핑 현장에서 "스타트업 전반을 책임지는 부처로서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가 위축되지 않도록 문제들을 정리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언론과 정부의 관심에 신한캐피탈은 지난해 12월 초 하 대표와 접촉해 소송 취하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하를 위해 투자금 집행 상세 사항과 회생에 이르게 된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하 대표는 대표직을 상실해 투자금 사용 내역이 담긴 회사 계좌 내역 열람 자격이 없기 때문에 신한캐피탈에 파산관재인과 접촉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경위서의 경우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답변서로 갈음한 뒤 추가 내용이 필요할 시 보충하겠다고 신한캐피탈에 전했습니다. 
 
신한캐피탈은 하 대표 측에 해당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더 이상 소송 취하 관련 논의를 이어가지 않았는데요. 결국 지난달 22일 2차 변론에서 소송 강행 의지를 밝혔습니다.
 
신한캐피탈 관계자는 "하 대표 측에서 소송 취하할 것이냐는 반문만 있었지 적극적으로 중단하라는 말은 없었다"라며 "정당한 법률행위를 취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 대표는 "소송을 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라면서 "관심이 집중됐을 때 잠깐 연락이 닿아 소송 취하 의지를 밝혔지만 비상계엄 등으로 연대책임 이슈가 잠잠해지자 돌변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발등에 불 떨어졌을 땐 문제 해결을 위해 만나자고 하더니 당황스럽다"라고 밝혔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타 스타트업도 소송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B 스타트업 대표는 "신한캐피탈 사례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처음에 연대책임을 묻겠다며 연락도 잘 안되던 투자사(벤처캐피탈)가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면서도 "이번 소송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라며 불안감을 호소했습니다.
 
신한캐피탈과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는 오는 3월 3차 변론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어반베이스의 3D 홈인테리어 시뮬레이션 및 AR 뷰어.(사진=어반베이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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