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척수 전기 자극, 운동 장애 환자에 큰 개선 효과

피츠버그대 연구팀,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들의 근력과 보행 능력 개선 확인
4주간의 척수 경막 외 전기 자극 실험, 근력 최대 180% 증가
루게릭병과 파킨슨병 등 다른 운동 장애 질환에도 적용 기대

입력 : 2025-02-10 오전 11:24:47
척수성 근위측증 도해(사진=Together in SMA 홈페이지 캡처)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은 유전성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운동 신경세포의 손실로 인해 근육이 점점 약해지고 위축되며 쉽게 피로를 느끼는 유전적 질환입니다. 이 질병은 운동 뉴런 생존 (survival of motor neuron 1, SMN1) 유전자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이 유전자는 운동 뉴런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단백질 생성에 필수적입니다. 
 
신생아 발생율은 6000~1만명에 한 명꼴이며, 발병은 하지 않았지만 이런 유전자 결함을 가진 보인자는 40~50명 중 1명입니다. 희귀질환으로 분류되지만, 극히 희귀한 질병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SMA 환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주요 치료제인 스핀라자(성분명 뉴시너넨)나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 그리고 에브리스디를 투여한 환자들은 150명입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약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해도 1년 투약 비용이 수천만 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환자 수는 최소 수백 명에서 최대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나마 신규환자들에게는 보험 승인이 거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SMA 치료제에 대한 급여 기준이 신설 및 확대된 2023년 10월 이후 작년 말까지 담당 의료진의 치료 필요 판단에 따라 신청된 신규환자 51명 중 24명이 보험 승인을 거부당했습니다. 보험을 적용하지 않으면 스핀라자와 에브리디스는 1회 투여 비용이 1억 원, 졸겐스마는 무려 20억원이 넘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에 속합니다. 
 
이런 약을 투여하면 SMA의 진행을 멈추거나 늦출 수는 있지만 그동안 진행된 운동 기능 장애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결국 이때까지 알려진 치료법은 현상을 유지하거나 나빠지는 속도를 늦출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SMA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 신경외과의 마르코 카포그로소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감각 신경 섬유에 대한 전기 자극으로 보완함으로써 운동신경세포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다리의 감각 축색돌기(sensory axon)를 표적으로 삼아 SMA 환자 세 명의 요천골 척수에 경막외 전극(epidural electrode)을 이식하여 전기 자극을 주었습니다. 환자들은 4주 동안 하루 2시간씩 운동 과제를 수행하며 전기 자극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근력, 보행 질, 지구력의 개선을 가져왔습니다. 구체적으로 전기 자극을 받기 전보다 다리 근력은 이전보다 180%, 보폭은 40%, 그리고 6분 동안 걷는 거리는 26m가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전기 자극이 꺼진 상태에서도 지속됐습니다. 그리고 자극과 관련된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카포그로소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전기 자극이 남아 있던 운동 신경과 다른 신경 사이의 소통을 재개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피츠버그 대학의 카포그로소 연구팀은 선행 연구로 뇌졸중 환자의 팔 근력을 강화하기 위해 척수 자극을 사용해 왔고, 이 방법이 SMA 환자의 다리 근육에도 효과가 있을지 연구해 왔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척수 자극이 루게릭병과 파킨슨병과 같은 다른 운동 장애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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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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