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방송 주주간 추가합의서, 법원서 인정…방통위는 '머뭇'

법원, 추가합의서대로 1.8% 지분 증여 판결
합의서에 '시차 두고 지분 양도' 계획도 존재…갈등 불씨 남아
권혁철 측 "지분 14.65% 확보 가능" VS. 조동성 측 "1.8%만"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합산지분, 방송법상 40% 넘기면 안돼
알면서도 조건부 재허가 내준 방통위 "무책임"…방통위 "항소도 지켜봐야"

입력 : 2025-02-14 오전 9:00:18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법원이 경인방송의 주주 간 추가 합의서 효력을 인정하면서, 방통위의 '조건부 재허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최다출자자가 참여한 주주 간 계약과 관련해 중대한 위법사항이 확인될 경우 재허가를 취소한다는 것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재허가 당시 내건 조건입니다.
 
주주 간 추가 합의서가 법적으로 인정되면 경인방송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지분이 달라지게 되는데요. 다만 법원에서 인정한 지분 양도 범위를 두고 원고와 피고 간 해석이 갈리면서 법정 다툼은 장기화될 조짐입니다. 재허가 제도를 심사하는 방통위는 일단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지켜본다는 입장인데, 애당초 문제 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서도 방통위가 눈감아 준 것은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1심 결과 나왔지만…주요주주 간 여전한 갈등
 
13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라디오 방송사 경인방송의 전·현직 회장 간 주식양도청구 소송이 지난달 8일 원고 승소로 마무리됐지만, 지분율을 놓고 지루한 싸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원고인 권혁철 전 경인방송 회장 측은 주주 간 비밀계약인 주주 간 추가합의서가 법원에서 인정된 만큼 추가합의서에서 언급된 지분율 14.65%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추가합의서에는 인수 후 1년 이후부터 3년 이내에 조동성 경인방송 회장이 1.8%, 또 다른 주요주주인 민천기가 12.85%, 총 14.65%를 권혁철 전 회장에게 양도하기로 돼 있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피고인 조동성 회장 측은 민천기에 대해 권 전 회장이 제기한 소송이 중도 취하됐고, 법원도 경인방송 보통주 9623주에 대해 양도의사를 원고에 통지하라고 한 만큼 넘어가는 지분은 1.8%에 불과하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민천기에 대한 소송을 취하한 이유와 관련, 원고 측은 "피고 민천기와 합의서를 작성해 지난해 2월 소송을 취하했던 것"이라며 "법원에서는 주주 간 추가합의서에 따른 지분율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피고 측은 "권혁철 전 회장 측의 경인방송 주식지분율은 1심 판결을 반영하더라도 3.3%에 불과해 방송법 위반 소지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2021년 경인방송 인수 당시 조동성, 민천기, 권혁철 3인은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고, 이사회를 중심으로 상호 협의를 거쳐 경영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인수할 주식 비중을 조동성 36.25%, 민천기 20.14%, 권혁철 16.11%로 정하고, 이에 대한 거래대금은 주요 주주 각자가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경인방송을 인수할 당시 권혁철 지분을 조동성, 민천기 지분에 분산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1년 3월 실제 지분비율은 조동성 38.05%, 민천기 32.99%, 권혁철 1.46%로 나뉘었습니다. 인수 당시 대표이사였던 권혁철과 최대주주인 조동성 회장이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있었던 만큼 두 사람의 지분 합을 40% 아래로 맞춰 방송법 위반을 피해가고자 했던 것입니다.
 
대신 거래가 진행된 1년 이후부터 3년 이내에 권혁철은 조동성과 민천기로부터 처음 정한 주식 비중만큼 무상 양도받을 수 있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또 권혁철이 보유하게 되는 지분 1.46%와 주식 양도에 따른 증여세는 회사 자금으로 보전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10여년간 대표 직무에 대한 경영성과로 권혁철에 특별상여금 3억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의견충돌로 주식 무상양도가 이뤄지지 않았고, 2023년 9월 당시 회장직을 맡고 있던 권혁철은 해임됐습니다. 조동성 측은 주식 대금을 지급하는 것을 전제로 무상 양도를 하겠다는 취지였는데 이 대금이 지급되지 않아 양도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권혁철 측은 경영성과에 대한 보상이라며 약속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지분율따라 '방송법 위반' 불씨…방통위 책임론도
 
지분율 셈법이 지속되는 것은 결과에 따라 경인방송 재허가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법 제8조2항에서는 지상파방송사업자,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이 소유한 지분은 40%를 넘을 수 없습니다. 경인방송 인수 당시 주요 주주인 조동성, 민천기, 권혁철 3인이 비밀리 작성한 주주 간 추가합의서대로라면 조동성 36.25%, 민천기 20.14%, 권혁철 16.11%로 지분이 형성됩니다. 인수 당시 대표이사였던 권혁철과 최대주주인 조동성 회장은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있었던 만큼 방송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방통위는 1심 판결에 개의치 않고 당분간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입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항소가 진행되고 있어 (재허가 여부는)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당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었던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이 "경인방송 조건부 재허가를 내면서 최다출자자 참여 주주 간 계약 관련해 중대한 위법 사항이 있을 경우 재허가를 취소하기로 조건을 붙였다", "고소 고발 결과가 오면 엄정하게 판단하겠다"고 언급했던 것과 동일한 기조입니다. 방통위의 이같은 소극적 입장은 정부부처가 내세우는 일반적 방식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방통위가 결정을 뒤집어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의 범위나 비용부담이 커질 수 있어 사법부 결과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방송 규제기관인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현황을 살피고 점검해야 할 필요성은 제기됩니다. 최종 재판 결과에 따라 방송법 위반으로 가려질 경우 방통위가 문제를 파악하고도 조건부 재허가를 내줬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제제기에 나섰던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당시 "방통위가 이미 다 파악하고도 재허가를 내줬다"며 "얼마나 무책임한가"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1심 결과와 관련해선 지적사항이 더 명확해졌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노종면 의원은 "국감에서 문제제기한 대로 동일한 관점에서 보고 있다"며 "문제가 발생해 고소 고발에 나설 경우 규제기관이 제재하지 않아도 되는가"라고 되물었습니다. 
 
한편 경인방송의 전·현직 회장 간 지분 분쟁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조동성 회장 측은 지난달 9일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항소이유는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권혁철 전 회장 측은 1심 당시 소송을 취하한 경인방송 주요주주 민천기에 소송을 제기할 예정입니다. 합의서를 작성해 소송을 취하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섭니다. 주주 간 계약을 위반한 것에 대해 소장을 접수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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