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지난 17일 청주시 세정과 체납관리팀은 고액 체납자를 상대로 진행한 사해행위취소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청주시는 2020년 11월 A씨에게 3500여만원의 지방세를 부과했고, 현재 체납액은 4700여만원이 됐습니다. 청주시는 체납자 A씨가 2020년 6월 협의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 명목으로 전 배우자인 B씨에게 건물을 증여한 사실을 적발하고, B씨를 상대로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이 청주시 손을 들어준 겁니다.
서울시 38세금 징수과, 주차계획과 공무원들이 1월24일 경기 구리시 구리남양주 톨게이트에서 체납, 대포차량 일제 합동단속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A씨는 2020년 6월 유일한 재산인 건물을 B씨에게 증여한 후 2년이 지난 2022년에 이르러서야 B씨와 협의이혼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원은 A씨의 행위를 사해행위로 판단하고 청주시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청주시는 앞으로도 재산이 없는 고액 체납자에 대한 부동산 및 금융거래 내역 등을 조회해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세금 납부를 회피할 목적으로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를 적발하고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통해 원상회복하려는 것입니다.
채무자가 무자력 상태에서 유일한 재산을 증여하는 것은 전형적으로 사해행위성이 인정되는 사례입니다. 이혼을 하면서 재산을 분할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사해행위취소 소송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은 부부 공동재산의 청산 및 부양적 성격이 있는 제도이므로 재산분할이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 과대한 것이라고 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그 상당한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정해서 사해행위로서 취소할 수 있습니다.
상속재산 분할협의에서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상속재산에 관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도 사해행위성이 인정됩니다. 재산분할의 결과가 채무자의 구체적 상속분에 상당하는 정도에 미달하는 과소한 때에 미달하는 부분에 한해서 사해행위취소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상속포기는 다른 상속인 등과의 인격적 관계를 전체적으로 판단해 행하는 인적 결단으로 보기 때문에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채무자의 행위가 사해행위라고 하면서 취소를 주장하는 채권자의 피보전채권은 사해행위 발생 전에 존재해야 합니다. 예외적으로 △사해행위 당시 이미 채권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있고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의해 채권이 발생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발생한 경우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습니다.
채무자의 행위가 채무자의 적극재산을 감소시키거나 소극재산을 증가시켜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 이르거나 채무초과 상태가 심화되는 경우 사해행위성이 인정됩니다. 이러한 채무자의 행위가 일반채권자들을 위한 공동담보의 부족상태를 유발하거나 심화시킨 경우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는 △행위목적물이 채무자의 전체 책임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무자력의 정도 △법률행위의 경제적 목적이 갖는 정당성 및 당해 행위의 상당성 △행위의 의무성 및 불가피성 △채무자와 수익자 간 통모의 유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게 됩니다.
채무자의 사해의사는 채권의 공동담보에 부족이 생기는 것을 인식하는 것(악의)입니다. 채무자로부터 재산을 받은 수익자 혹은 전득자는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법률행위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악의)을 말합니다. 채무자의 악의가 입증되면 수익자 및 전득자의 악의는 추정되는데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을 무상으로 혹은 상당하지 않은 가격에 판 경우는 채무자의 악의가 추정됩니다.
채무자의 행위가 사해행위임이 인정되면 원상회복을 해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목적물의 종류에 따라 원물을 반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사해행위로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뤄지면 이전등기를 말소하게 됩니다.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에는 가액배상이 이뤄지게 됩니다.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을 사해행위로 양도했는데 저당권의 피담보채무가 변제돼 저당권이 말소된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면 당초부터 채무자의 공동담보를 이루지 않던 부분까지 회복하는 결과가 돼 부당합니다. 그러므로 사실심변론종결 당시 부동산 가액에서 피담보채무를 공제한 잔액의 한도로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가액배상을 구하게 됩니다.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을 증여하거나 지나치게 싸게 처분하는 등의 방법으로 재산을 빼돌리면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통해 채권자의 공동담보를 회복시키고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상당한 대가를 받고 부동산을 매각하고 그 대금을 변제에 사용하거나 변제자력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 등이라면 사해행위로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채무자의 사해행위는 발견도 어렵지만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원상회복의 실익이 있을지 등에 관한 판단도 어려우므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권리의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