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서 '사용료' 없이 노래 틀면?…법원 "공연권 침해"

입력 : 2025-02-12 오전 11:03:19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해 문화 및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음악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므로 저작물에 해당합니다. 음반은 음이 유형물에 고정된 저작물로, 음을 디지털화한 것도 음반에 포함됩니다. 음반을 매장에서 재생하는 행위는 공연에 해당합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월1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문체부-경찰청-인터폴 간 인터폴 온라인 저작권 침해대응(I-SOP) 2차 프로젝트 업무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발데시 우르키자 인터폴 사무총장, 유인촌 장관, 이준형 경찰청 국제협력관.(사진=뉴시스)
 
대법원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원고)가 음원 파일을 매장에서 재생한 피고 회사에 대해 제기한 공연료 상당의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피고 회사는 매장음악서비스 제공업체인 A사와 매장음악서비스에 이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음악저작물의 공연권에 대한 이용 허락은 받지 않았습니다. 피고 회사가 A 업체로부터 제공받은 음원 파일을 매장에서 재생하는 행위가 구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에 따라 판매용 음반을 재생해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원심도 A 업체가 원고로부터 공급받은 음원 파일의 음이 A 업체의 서버에 컴퓨터 파일 형식으로 고정된 것은 저작권법상 음반에 해당하고, 피고 등이 대상 음원 파일을 재생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상 공연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음원 파일은 발행될 당시를 기준으로 시중에 판매할 목적으로 제작된 음반인 점 △A 업체의 서버에 저장된 음원 파일이나 피고 매장의 재생장치에 제공된 음원 파일은 이 사건 음원 파일의 복제물에 불과한 점 △따라서 대상 음원 파일은 구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의 판매용 음반에 해당해 저작재산권자의 공연권이 제한되는 점 △그렇다면 피고 등은 구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 본문에 따라 대상 음원파일을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법리를 통해 원심판결을 깼습니다. 구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이 청중·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않는 경우 판매용 음반 등을 재생해 공중에게 공연하는 행위는 공연권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위 규정은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않는 경우라면 비영리 목적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있는데요. 따라서 공중이 저작물을 이용해 문화적 혜택을 향수할 공공의 필요가 있는 경우라도 자칫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할 염려가 있어 위 규정에 따라 저작물의 자유 이용이 허용되는 조건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겁니다.
 
위와 같이 ‘판매용 음반’을 재생해 공중에게 공연하는 행위에 관해 보상이 없이도 저작권자의 공연권을 제한하는 바탕에는 음반의 재생에 의한 공연으로 그 음반이 시중의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짐으로써 당해 음반 판매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봤는데요. 그에 따라 음반 제작자는 물론 음반의 복제·배포 등 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할 권능을 가지는 저작권자 또한 간접적인 이익을 얻게 된다는 점도 고려돼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규정의 내용과 취지 등에 비춰 보면, 위 규정에서 말하는 ‘판매용 음반’이란 시중에 판매할 목적으로 제작된 음반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한해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어떤 음반이 구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에서 정한 ‘판매용 음반’에 해당하는지는 공연하려는 자에게 제공된 음반의 음이 고정된 때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음반 복제로 음이 고정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봤습니다. 시중에 판매할 목적 없이 단지 음반을 재생하여 공연하려는 자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음을 고정했다면 그 음반은 구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에서 말하는 판매용 음반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피고가 제공받아 매장에서 재생함으로써 공연한 음반은 A 업체 등이 서버에 컴퓨터 파일 형식으로 고정한 음원 파일인데, 이는 시중에 판매할 목적이 아니라 매장 배경음악으로 재생하여 공연하려는 자에게 웹캐스팅 방식으로 제공할 목적으로 음을 디지털화한 것을 복제한 것이므로 구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의 ‘판매용 음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공연권이 인정되므로, 피고가 제공받은 음원 파일을 피고 매장에서 재생하는 행위는 원고의 공연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저작자는 저작권법에 따라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을 갖습니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자가 저작물에 대하여 가지는 인격적·정신적 이익을 보호하는 권리이고, 저작재산권은 저작자가 저작물을 스스로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재산권입니다.
 
저작물이 늘어나고 경제적 가치가 증가하면서 저작물에 대한 권리 보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작권을 포함한 지식재산권의 이용대가 지급에 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관련 분쟁이 많이 일어납니다. 저작권과 같은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지식재산권은 그 권리자가 투입한 노력의 산물이므로 이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관련 법률이 정비되고 있지만 관련 부처 차원에서 지식재산권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더 넓게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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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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