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메리츠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이어 리테일 사업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국내 대표 주식정보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네이버증권 개발 주역을 영입해 메리츠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개편합니다. 패밀리오피스 등을 강화해 초고액 자산가 시장도 공략할 예정입니다.
18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Super365 계좌'의 고객 수가 10만명, 예탁자산은 5조원을 기록했습니다. Super365 계좌는 2026년 말까지 국내 주식과 미국 주식, 그리고 달러 환전을 수수료 없이 무료로 거래할 수 있는 메리츠증권의 비대면 전용 투자계좌입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9200억원에 불과했던 예탁자산이 11월 이벤트 시작 이후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벤트는 내년 말까지 적용됩니다. 메리츠증권은 미국 주식으로 유입된 고객을 잡아두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메리츠가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연장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유입 고객들이)수수료 무료 혜택만 누리고 떠나는 체리피커일 가능성이 높아, 또 다른 유인 수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메리츠증권이 미국 주식 수수료 무료 정책에 나선 것은 부동산 PF에 쏠린 포트폴리오 다각화 일환으로 리테일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메리츠증권이 거둔 순이익 5214억원 중 리테일 부문(280억원)에서 발생한 이익은 10%도 안 됩니다. 이마저 전년 대비 150.3% 증가한 것이지만, 부동산금융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메리츠증권은 이에 따라 올 들어 리테일본부를 부문으로 격상하고, 프라이빗투자은행(PIB)센터를 신설했습니다. 리테일 부문 총괄은 리서치센터장 출신인 이경수 전무가 맡았고, 삼성증권 프라이빗뱅커(PB) 출신인 이진주 상무를 영입, 신설한 PIB센터장을 맡겨 초고액자산가 공략에 나섰습니다. 연내 패밀리오피스와 부유층을 커버하는 신조직을 추가 신설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노비즈센터를 신설해 트레이딩 시스템 재정비에 나섰다는 점입니다. 네이버증권을 대표 주식 커뮤니티로 만든 주역인 네이버의 이장욱 리더를 전무로 영입했습니다. 이 전무는 이노비즈센터장으로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MTS 서비스 고도화에 나섭니다. 네이버증권은 월 1000만명이 찾는 국내 최대 주식 커뮤니티로 유명합니다. 로그인해야 시세를 확인할 수 있는 증권사 HTS(MTS)와 달리 네이버증권에서는 제약없이 미국 등 해외 증시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증권이 범용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메리츠증권도 이같은 성격의 플랫폼을 구상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리테일 부문에서 파격적인 수수료 무료 혜택에 이어 차세대 플랫폼 개발 등 디지털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올해 타사와 차별화된 투자 솔루션을 강점으로 내세워 패밀리 오피스 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퀘어에 메리츠증권의 'SUPER 365' 광고가 걸려있다. (사진=메리츠증권)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