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아직도 미국 주식해요?

입력 : 2025-02-21 오후 2:55:00
# "요즘 누가 국장해요? ○○○기업을 매달 사 모으고 있는데, 수익률이 나쁘지 않아요. 해외 주식, 안 하세요?" 오랜만에 들른 미용실에서, 헤어 디자이너가 말했다. 소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화제는 자연스레 투자로 옮겨갔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장에서 손 뗀지 오래며, ○○○기업 주식을 매달 매수하고 있다. 수익률이 ○○%나 된다"며 자랑했다. 그는 국내 증시는 오르지도 않고, 지지부진해 안 보게 됐다고 했다. 미용실에서 해외 주식 이야기가 한참 오갔다.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해외 주식 이야기는 듣고 흘릴만한 일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주식 거래는 줄어든 반면 해외 주식 거래가 비약적으로 늘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9개 증권사(△미래에셋 △한투 △삼성 △키움 △NH △KB △신한 △토스 △카카오)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이 증권사들의 국내 주식 거래규모는 6352억5400만주로, 전년보다 약 13% 감소했다. 반면 해외 주식 거래규모는 점차 늘고 있다. 2022년 593억1000만주에서 2023년 1124억3500만주로 89.6%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564억1900만주로 39.1%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1일 평균 외환거래 규모는 통계 개편 이후 최대치인 7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이 역시 해외 주식 투자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 1월부터 국내 증시가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3월을 기점으로 코스피가 강세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연간 코스피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연기금이 34일 거래일 연속으로 순매수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코스닥 지수가 상승세를 타면서 일본과 중국, 대만 등 주요 증시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추가 매입·소각 결정과 K칩스법 통과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며 '6만전자'를 앞두고 있다. 트럼프 정부 수혜주로 떠오른 K-조선주와 방산주의 상승세는 지난해말부터 이어지고 있고, 한한령(한류 금지령) 해제 가능성에 엔터와 화장품, 식품 등 소비재 산업 회복도 기대된다. 조만간 "아직도 미국 주식해?"라는 말이 유행할 거란 이야기도 나돈다.
 
투자자들이 돌아오고 있지만 걱정되는 점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의 민낯을 대면하며 이를 해결하고 극복할 정책을 내놓고 있었다. 하지만 "거봐 별문제 아니잖아. 그거 안 해도 지수는 올라간다"며 긴장의 끈을 놓아 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게다가 다음 달 대체거래소가 문을 열고 공매도 재개라는 큰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들쭉날쭉한 시장 상황에도 변하지 않는 원칙은 존재한다. 정부는 투자자로 하여금 투자하고 싶은 기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상장기업들의 질을 개선하고, 일관된 규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더불어 기업은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시장의 변화에도,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과 작업들이 결실을 맺었으면 한다. 
 
이보라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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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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