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정무위 의원 농담에 은행장 '간담이 서늘'

입력 : 2025-04-09 오후 5:52:11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정치권이 또 은행장들을 호출했습니다. 민생 경제뿐만 아니라 은행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의견을 듣기 위한 목적이라지만, 은행들의 속내는 착잡합니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과 국민의힘 소속 정무위원들은 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민생 경제 및 은행권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민의힘-은행권 현장 간담회'
 
간담회에는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이환주 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환 우리은행장, 강태영 농협은행장이 참석했습니다. 지역은행을 대표해서는 백종일 전북은행장이, 인터넷전문은행 대표로는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가 자리했습니다.
 
정치권의 은행장 호출은 올 들어 두번째입니다.
 
앞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월20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대 은행장과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간담회'를 연 바 있습니다. 이 전 대표가 은행장들을 만난 것을 두고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생 행보를 가장한 대권 놀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를 의식한 듯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간담회가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경제 방파제'로서의 은행의 역할을 당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경제 상황이 엄중해 여러분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겠다 생각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윤한홍 (앞줄 오른쪽 두 번째)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정무위 위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민생 경제 및 은행권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민의힘-은행권 현장 간담회' 시작에 앞서 조용병 (앞줄 오른쪽 세 번째) 은행연합회장 및 5대 시중은행장 등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제공)
 
민생 경제와 은행권 경쟁력 방안이 간담회의 주제이지만, 민생 경제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간담회 직후 브리핑에서는 은행장들이 건의한 규제 완화 내용을 설명하는 선에서 그쳤습니다.
 
민생 경제 관련으로는 별다른 주문이 없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은행연합회장의 발언으로 대체하겠다"고만 했습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소상공인 금융 부담을 경감하고자 맞춤형 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해서 이달 중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화답했습니다. 민생 지원 요구가 일부 있었음을 예상할 수 있는 발언입니다.
 
정무위원회 위원들이 차례대로 인사말을 하는 시간에서 분위기를 서늘하게 만드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정무위 간사인 강민국 의원이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온 것을 보니 은행권이 돈이 많긴 많나보네요"라고 던진 농담을 두고 한 말입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자 하는 강 의원의 '아이스브레이킹'에 은행장들이나 의원들이 웃어줄 법도 하지만, 농담의 취지가 무색하게 받아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강 의원은 "지금 은행권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면서 인사말을 이어갔습니다.
 
간담회가 비공개로 전환한 이후 은행연합회 건물 밖에는 은행장 수행원들로 가득했습니다. 이들은 대놓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올 들어 몇 번째 은행회관에 오는 것이냐,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냐는 자조섞인 말도 들립니다.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요즘, 금융권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금융 옥죄기는 계속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의힘이 창출한 이번 정권에서도 그간 대통령과 금융당국 수장들은 은행권의 이자 장사·돈 잔치를 비판하면서 '상생금융'을 압박해왔습니다. 민주당은 최근 대출금리에 법정출연금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은행장 호출에 한동안 은행회관 문턱은 남아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월20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에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한 은행장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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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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