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방산수출금융기금'(가칭)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15일 나왔다. 사진은 K-방산 대표 수출품목인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차.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K-방산의 수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방산수출금융기금'(가칭)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대규모 방산 수출이 성사된 폴란드 사례에서 수출금융 지원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K-방산 수출 규모 증가에 맞춰 정부의 금융지원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방산수출금융기금이 해법이 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이지윤 연세대 교수는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K-방산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경쟁력 강화 전략: 수출금융지원 강화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2025년 한국재무학회 제1차 연구포럼' 주제발표를 통해 방산 수출 금융 지원 위한 특별기금인 방산수출금융기금 설립을 제안했습니다.
이 교수는 "K-방산 주요 구매국들은 계약 금액의 80~90%에 달하는 자금을 저금리·장기 상환 조건으로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K-방산 수출금융 지원에는 몇 가지 구조적 한계가 있어 수출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교수가 지적한 구조적 한계는 △정책금융기관의 여신한도 제한 △민간금융기관의 참여 부족 △높은 조달 비용 등입니다.
이 교수는 "방산 선진국은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과 연계된 재정 지원, 장기·저금리·고보증 수출금융지원, 민·관 공동 금융 조달 등 다양한 수출금융지원을 통해 자국의 방산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방산 선진국의 수출금융지원 방안을 참고해 한국에 적합하고 제도적으로 정합성 있는 '한국형 수출금융지원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방산수출금융지원 위한 특별기금 마련해야"
이날 포럼에서는 방산 수출지원을 위해 수출금융 규모 확대와 장기·저리 금융 제공을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방산수출금융기금 조성 방안이 제안됐습니다.
이 교수는 "방산수출지원을 위한 특별기금으로 방산수출금융기금을 신설해 구매국의 장기·저리 금융 수요에 대응하고, 이차보전(利差補塡)과 신용보강 등을 통해 민간금융기관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며 "이는 방산수출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금의 재원 마련 방안으로 이 교수는 100% 정부지원 방안과 공공·민간 공동조성 방안을 각각 제시했습니다.
100% 정부지원 방안으로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첨단전략산업기금 조성과 유사한 방식이 가능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입니다. 국채처럼 신용도가 높아 저금리로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한 정부보증 기금채권을 발행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자는 것입니다. 정책금융기관이 채권을 발행하고 기금을 운용해 이자와 관련 비용을 충당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이 교수는 공공·민간 공동조성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방산기업 등 민간 출연에 더해, 정부가 민간 출연 금액에 비례하는 금액을 매칭 출연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성하고 기금이 일정 수준 이상 조성될 때까지는 다른 기금으로부터의 차입이나 기금채권 발행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이지윤 연세대 교수가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재무학회 연구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재무학회)
기금 활용 방식으로는 직접 자금 지원 방식과 이차보전 방식을 기본으로 (재)보험·(재)보증과 매출채권 유동화 시 신용보강 역할 수행 등이 거론됐습니다.
직접 자금 지원 방식은 기금이 수출입은행이나 민간금융기관에 자금을 직접 공급하는 방식으로 해당 금융기관은 기금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을 사용해 구매자에게 시중금리 대비 낮은 수준으로 대출을 실행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시중금리가 5%이고 정책 대출금리가 4%일 경우, 기금이 1%의 금리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입니다.
이차보전 방식은 구매자가 정책금융기관이나 민간금융기관에서 시중금리로 대출을 받되, 실제로는 정책금리만 부담하는 방식으로 금융기관은 대출을 실행할 때 시중금리 전액을 받되, 구매자의 실제 부담 금리와의 차액을 기금이 보전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시중금리가 5%이고 구매자 부담금리가 4%일 경우, 기금이 1%를 금융기관에 보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보험·보증 방식은 수출입은행이 구매자에게 직접 대출을 실행할 때, 기금이 보험과 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정책금융기관의 위험 부담을 줄여줘 민간금융기관의 대출 참여를 유도하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입니다.
이 외에도 이 교수는 "기금이 보험과 보증에 대해 일정 비율로 재보험 및 재보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면 관련 기관의 위험 분산은 물론 보험과 보증 여력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방산 수출 핵심, 기술 아닌 '금융'
박원희 방위산업공제조합 팀장은 "급격히 확대된 방산수출 규모에 비해 정책금융 지원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방산 수출의 핵심은 기술이 아닌 금융'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금융역량이 방산경쟁력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방산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방산수출진흥기금 설립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며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현식 한국수출입은행 팀장은 "프랑스 등 방산수출강국도 전통적인 수출금융 지원제도를 활용해 방산수출을 지원하고 있다"며 "수출입은행도 점진적인 자본확충을 통해 충분한 지원여력을 확보하는 한편 국내외 금융기관과의 협조융자와 축적된 방산금융지원 경험을 활용해 우리 기업의 방산 수출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