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내년 유로존 경제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회복'보단 '버팀'에 가까울 전망입니다. 팬데믹과 에너지 위기, 고물가·고금리 국면을 거친 유럽 경제가 최악을 면하긴 했지만 신성장 국면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유로존 수출 성장 기여도가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유럽연합(EU)은 한국의 3대 교역권 중 하나로 자동차·기계·화학·배터리·친환경 산업 등이 긴밀하게 연결된 만큼, K-무역으로서는 기회·불안이 동시에 '공존'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24일 국제금융센터 등의 분석을 보면, 내년 유로존 성장률 전망의 컨센서스(consensus)는 1% 초반대인 1.1%로 전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내년 유로존 '1% 초반대' 성장
24일 국제금융센터 등의 분석을 보면, 내년 유로존 성장률 전망의 컨센서스(consensus)는 1% 초반대인 1.1%로 전망했습니다. 침체는 피하겠지만 세계 경제(3.0%)나 미국 전망(2.3%)과 비교해도 확연히 낮은 수준입니다.
특히 회복 흐름이 고르지 않다는 점은 걸림돌입니다. 일부 국가 중심의 불균형적 성장이 지적돼온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성장 견인력이 스페인 등에서 공공 수요가 증가하는 독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독일의 재정 계획 이행 속도와 정치적 분열, 무역 갈등, 장기 금리 동향이 리스크 요인으로 꼽힙니다. 강영숙 국제금융센터 선진경제부장은 "독일의 재정 확장에 기인하는 바가 크나 인력 부족, 생산성 저하 등으로 이행이 지연되거나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않을 리스크가 잠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역수지 악화 전망
내년 무역과 관련해서도 '무역수지 악화'를 전망했습니다. 수출은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 유로 강세 등으로 둔화되는 반면 수입은 내수 회복으로 증가하는 등 대외 무역의 성장 기여도가 감소한다는 분석입니다. 상품무역수지 동향을 보면, 올해 2.3%에서 내년 2.0%, 2027년에는 1.9%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분열에 대해서는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유럽 주요국의 의회 분열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유럽이 전략적 자율성 확보, 연금 개혁 등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한다"며 "독일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광범위한 개혁안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프랑스도 연내 예산 성립이 극히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10월28일 경기 평택항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무역 갈등 요인에 대해서는 "디지털·국방은 미국, 핵심 원자재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새로운 마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EU·중국 갈등은 심화 양상"이라며 "중국발 저가 택배 유입 급증(올해 1~10월, 전년비 56%) 등으로 중국에 대한 추가 조치를 강구 중이다. 희토류 생산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이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공급망 무기화 우려도 고조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미 무역 협상도 핵심적인 부분들은 아직 완료되거나 이행되지 않은 상태로 갈등 소지가 잔존한다"며 "12월 초 발표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전보장전략(2025 NSS)에 따르면 경제 및 안보 관점에서 유럽의 우선순위는 2위에서 3위로 하락"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내년 하반기부터 유동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재정 악화, 정국 혼란이 의식되면 채권시장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유럽 장기금리는 민간 부문의 자본시장 참여도가 낮아 재정 여력이 제한되고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입니다.
즉, 2026년 하반기 이후 재정 부담이나 정치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장기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유로존을 향한 'K-무역' 변수
문제는 유로존을 향한 K-무역입니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 속에 EU 역시 전략적 자율성을 앞세워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방위, 핵심 원자재 분야에서 EU는 역내 공급망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에 대한 경계도 높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과의 관계도 변수입니다. 협상은 진행 중이나 관세와 보조금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습니다. 이는 유로존의 수출 둔화와 무역흑자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대목입니다. 한 전문가는 "유럽의 회복을 과도하게 낙관하거나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핵심은 구조적 변화에 맞춘 전략적 대응"이라며 "결국 유럽 시장은 '안정된 저성장'으로 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회와 리스크가 교차한다고 본다. 독일의 방위산업 및 인프라 투자 확대는 한국 기업에 새로운 수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치열해지는 가격 경쟁은 고민거리"라며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중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의 변동성을 대비해야 하고 유럽 장기금리 상승, 정치 불안은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로 수출 다변화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K-컬처의 글로벌 확산은 우리 소비재 수출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K-소비재 수출 700억달러 달성 기반 구축을 위해 우리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 방안들을 지속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