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2주간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 소식에도 대체 물류망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중동발 해상 초크포인트(물동량이 집중된 해협) 위기가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등 대체 신 물류망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지난 1일 부산 남구 신선대(아래쪽) 및 감만(위쪽)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8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선사와 협의하는 등 통항 재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미·이란 2주 휴전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를 위한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2주간의 휴전 기간 내에 실제 선박들이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지 '기술적·군사적 안전 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확전 시 위기·완화 시 안정'이라는 양방향 시나리오를 반영한 변동성도 큰 상황입니다. 그동안 효율성 중심이던 에너지·물류 경로의 호르무즈 해협에 분산형 저비용 공격이 가능해지면서 취약한 곳이 됐다는 평가입니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지난 2022년 노드스트림 가스관 폭파, 2023년 후티의 홍해 선박 공격, 2026년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등 일련의 사태는 일회적 위기가 아닌 비가역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국면으로 진단했습니다.
이는 비대칭 무기의 발달과 궤를 함께합니다. 자폭 드론의 단가는 수십만~수백만 달러에 불과하나 이를 요격하는 비용은 수백만~수천만 달러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조은교 산업연구위원은 "이러한 분산형 저비용 공격 기술의 발전은 되돌릴 수 없다. 국가 간 전면전이 아니더라도 해상 초크포인트를 마비시킬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라며 "기업은 장기 용선 계약, 대체 조달 계획 수립·비축량 조정 등 단기 대응뿐만 아닌 기존 해상운송로를 상수로 둔 수출입 전략을 미래 대체 경로까지 고려한 장기 전략으로 수정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부결되는 등 장기적 측면에서 보면, 지정학적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상황입니다. 결국 한국 산업의 생존 열쇠는 '물류 다각화'입니다.
8일 조은교 산업연구위원의 분석을 보면, IMEC는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 자동차 부품, 고가 소비재의 물류 이동에 더 신속한 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출처=조은교 산업연구위원)
현재로서는 인도, 걸프 지역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미국 주도의 'IMEC'가 우회 카드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IMEC는 기존 수에즈 운하와 홍해의 지정학적 위기를 우회해 인도와 유럽을 철도·항만으로 잇는 전략적 프로젝트입니다. 다만, 에너지 벌크 수송의 완전한 대체재보다는 고부가가치 품목의 신속 조달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사우디와 UAE의 기존 육상 파이프라인 우회 능력은 일평균 약 470만배럴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전체 물동량(일평균 2090만배럴)의 4분의 1 미만에 불과해 에너지 안보 측면의 한계가 명확합니다.
그럼에도 IMEC은 봉쇄 시 희망봉 우회 경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반도체·자동차 부품·고가 소비재 등 신속한 조달이 필요한 품목을 중심으로 글로벌 물류의 핵심 분산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사우디가 회랑 육상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국가로서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향후 유럽의 수소경제 전환에 따른 청정에너지 공급망 구축, 중국을 대체할 인도의 제조업 부상, 중동 데이터센터와 디지털 케이블 연결이 완성된다면 IMEC은 단순한 물류 통로를 넘어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핵심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안보·경색 리스크까지 포함한 새로운 최적화를 정부와 기업에게 요구하는 상황이 됐다"며 "IMEC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외 신시장 개척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