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산업계 ‘안도’…긴장감은 여전

“최악은 피했지만 아직 안심할 순 없어”
여전한 불확실성…갈길 먼 수급 정상화
공급망 다변화·대체 물류경로 확보 시급

입력 : 2026-04-08 오후 4:15:11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미국과 이란의 2주간 휴전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풀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산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원유, 나프타(납사) 등 에너지 수급 차질로 직격탄을 맞은 정유·석유화학을 비롯한 업계에선 중동 사태가 확전 아닌 협상 국면으로 돌아서자 최악은 피했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리스크, 이란의 통행료 징수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에너지 수급 정상화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사태를 당분간 사태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기류가 역력합니다. 특히 이번 전쟁으로 에너지의 높은 중동 의존도에 따른 구조적 취약성이 재확인됨에 따라 이를 계기로 에너지 수급선 다변화와 대체 물류망 구축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현지시각)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한 개방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이란에 대한 폭격과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데 동의한다이것은 양쪽 모두에 적용이 되는 휴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안을 사실상 받아들이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시사했습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란 군과의 조율을 통해, 그리고 기술적 한계에 대한 적절한 고려와 함께 2주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안전한 통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원유 도입 정상화는 '산 넘어 산' 
 
이처럼 미국과 이란 양국이 최악의 확전 위기를 앞두고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자 산업계에서는 안도의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다만, 2주라는 시한부 휴전인 점과 실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온전히 풀릴지에 대한 불투명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먼저 이번 중동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정유·석화 업계에서는 에너지 수급 차질이 일정 부분 해소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나옵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양국이 사실상 협상의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일단 희망적이라며 원유 수급 차질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는 유조선이 한국에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했습니다.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내에는 국내 정유사와 관련된 유조선 총 7척의 발이 묶여 있습니다. 이들 유조선에 실려 있는 원유는 약 1400만배럴 규모에 달하는데, 산업통상부는 현재 이들 유조선의 통항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나프타 가공 설비. (사진=연합뉴스)
 
다만, 이들 유조선이 무사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국내에 입항하더라도 실제 중동산 원유 도입 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2주라는 휴전 기간 이후의 예측 불가능한 상황과 이란의 통행료 징수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은 까닭입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산유국의 선적 스케줄과 용선 계약 등 고려할 사항이 많고 현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 정상화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시점이라고 했습니다.
 
석화업계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석화업계는 진정 국면의 중동 상황에 기대감을 품는 한편, 생산 정상화를 위해 현지 상황 파악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앞일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최악은 피한 것 같다다만, 실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가능한지 여부도 불분명한 까닭에 일단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석화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긍정적이긴 하나,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막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지금 당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거나 수급 정상화 계획을 확정하기는 어렵다첫 선박 운항 재개와 후속 선박 진입 여부를 보면서 대응 수위를 조정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일단의 불안정한 상황이 해소되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중동발 에너지 수급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완전 정상화가 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에 따른 어려움은 해소가 되더라도 파괴된 시설을 복구해 생산을 재개하고 유통망을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급등한 유가도 어느 정도 하락세를 이어가긴 하겠지만, 여전히 고유가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의 부담도 일정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IMEC 등 새 물류 경로 모색해야
 
이번 중동 전쟁을 계기로 중동산 에너지 수급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재확인함에 따라 반복되는 지정학 충격에 대비해 대체 물류 경로와 중기 산업 전환 전략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립니다.
 
길은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발표한 미국-이란 분쟁과 글로벌 물류경로 재편 가능성보고서를 통해 이번 분쟁은 단기적 유가 충격과 에너지 공급망 단기적 대응을 넘어 반복되는 지정학 충격에 대비한 대체 물류경로와 공급망 재설계 필요성을 함께 검토하는 계기로 봐야 한다기업은 장기 용선 계약, 대체 조달 계획 수립 및 비축량 조정 등 단기 대응뿐만 아니라, 기존 해상운송로를 상수로 둔 수출입 전략을 미래 대체 경로까지 고려한 장기 전략으로 수정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길 연구위원은 특히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등 대체 물류망 구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IMEC는 인도-중동-유럽의 철도·항구 등 인프라를 연결하는 구상으로 미국·인도·유럽연합(EU)·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참여하는 새로운 물류 경로입니다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사진=산업연구원)
 
김 교수는 이번 중동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에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라며 기업들은 원유를 포함한 에너지와 핵심 광물의 중장기적인 공급망 다변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정부 역시 연합체를 구성해 경제 협력과 자원 외교를 확대하는 등 방향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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