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디스플레이 업계의 원가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TV 시장 양대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서로의 부품사 패널 사용을 적극 고려하는 ‘오월동주’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각사가 보유한 개별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패널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사실상 프리미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양분한 상황에서, 상대방 제품을 택하는 교차 구매 수요가 늘어난 것입니다.
지난해 8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5’ 세가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삼성디스플레이 QD-OLED가 탑재된 모니터로 신작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사 제품에 상대방 부품사의 OLED 패널 탑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액정표시장치(LCD) 기반으로 출시된 오디세이 G7 모니터 라인업을 OLED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W)-OLED 패널 적용을 고려하고 있고, LG전자 역시 자사 모니터에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QD)-OLED 패널 도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OLED 모니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제품 라인업 확대와 안정적인 패널 수급을 동시에 노린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고사양 게임 확산으로 응답 속도가 빠른 디스플레이 수요가 증가하면서 LCD 대비 속도가 빠른 OLED 채택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OLED 모니터 출하량은 273만5000여대로, 전년 대비 92% 증가했습니다.
양사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패널 기술의 차이도 주목됩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는 청색 OLED와 양자점 소재를 결합해 색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색 재현력과 효율이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반면 LG디스플레이의 W-OLED는 흰색 OLED에서 빛을 생성한 뒤 컬러 필터를 통해 색을 표현하는 구조로, 공정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강점을 갖습니다.
이처럼 기술적 강점이 서로 다른 만큼 상대방 패널을 통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대형 TV용 OLED 패널 기술력이 좋고, 삼성디스플레이는 모바일 등의 패널에서 강점이 있다”며 “서로 잘하는 분야가 다르니 그런 분야에서 서로 패널을 가져다 쓰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1월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을 앞두고 OLED TV를 전시하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실제로 양사의 ‘교차 구매’는 모니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는 2023~2024년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받아 TV 라인업을 확대한 바 있습니다.
OLED 패널을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업체가 사실상 양사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힙니다. 중국 업체들이 추격에 나서고 있지만, 기술력과 수율 측면에서는 아직 격차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일례로 BOE는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특허 분쟁 이후 일부 기술에 대해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기업 간 협력이라는 해석도 제기됩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를 전략적 공조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생산능력과 제품 포트폴리오에 따라 공급처를 유연하게 선택하는 ‘사업적 판단’이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양사 간 협력이 시장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의 협업은 OLED 시장 자체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믿고 쓸 만한 패널 제조사가 서로밖에 없기도 하고, 결국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수요 확대를 위해 OLED 시장을 계속 넓혀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