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유소가 정유사의 가격결정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가고 있다"며 정유업체들의 기름값 결정 체계에 칼날을 들이대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밝혔다.
윤 장관은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의 한 셀프 주유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유사들의 주유소 공급가격이 투명하지 않다"며 "정유업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물가가 치솟자 정부는 정유업계, 통신업계의 가격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기름값이 묘하다'며 물가급등의 화살을 업계에 돌린 바 있다. 이후 정부는 태스크포스팀을 조직해 석유유통과 가격결정 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시작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정부의 이런 업계 압박에도 정유업체는 지난달말 주유소 석유 공급가격을 대폭 인상했으며 향후 또다시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주유소 기름값은 23주째 상승중이다.
윤 장관은 이날 주유소 관계자에게 "소비자로부터 얻는 이익은 어딘가에 있을텐데, 주유소엔 거의 남는게 없다"며 “현장에서 확인했으니 가동중인 석유TF에서 이달 말까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주유소측은 “정유사가 애초에 문자로 보내주는 가격과 사후 정산 과정에서의 가격이 다른 경우가 많고 한 정유사로부터 독점 공급 받는 입장이라 싼 기름을 가져오려해도 각종 불이익 때문에 어렵다”고 호소했다.
또 “오피넷 등을 통해 가격이 공개됨에 따라 주유소 경쟁은 치열해졌다”면서 "작년 오픈했을 당시만해도 가격이 싸 손님이 많았지만 지금은 카드수수료 빼면 남는게 없다"고 토로했다.
윤장관은 "주유소는 울며겨자 먹기로 공급가격을 사후정산할 때 자기들(정유사)이 제시한 가격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냐"며 "정부도 유가 가격결정 체계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져있어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또 "유통과정에서 독과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시장에 지배적이고 우리도 생각을 같이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 장관은 양재동의 대형 마트에 입점한 주유소에도 들러 한국주유소협회와 주부모티터단 등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을 만나고 최근 고유가 상황에 따른 어려움과 주유소 사정을 청취했다.
◇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서울 우면동 소재 셀프주유소를 방문, 직접 휘발유를 주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