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다 월세가 대세..임대차 시장 `진화`

입력 : 2011-04-08 오후 5:54:17
[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최근에 전체 임대수요중에서 15%가 반전세고 35%정도는 월세입니다. 전세 비중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어요"
 
서울 잠실 S중개업소의 한 공인중개사의 설명이다. 최근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주택 임차제도인 전세의 비중이 차츰 감소하고 있다.
 
대신 전세보증금의 일부를 월세로 내는 방식인 '보증부월세(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 전세 비중 서울보다 지방이 더 낮아  
 
8일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센서스)에 따르면, 전세 비중은 지난 1995년을 정점으로 해서 점차 줄어드는 반면 보증부 월세의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의 전체 임대 가구중 전세의 비중은 ▲1990년 59.2% ▲1995년 67.2% ▲2000년 65.7% ▲2005년 54.1%를 기록했다.
 
반면 보증부월세의 비중은 ▲1990년 17.4% ▲1995년 23.3% ▲2000년 24.8% ▲2005년 36.5%를 기록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995년 44%포인트에 달하던 보증부월세와 전세의 격차는 2005년 16%포인트 까지 격차가 줄었다.
 
이러한 전세비중은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으로 내려가면 더욱 낮아진다.
 
국민은행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전체 임대주택중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비중은 모두 59.7%를 기록했으나 6개 광역시의 전세비중은 48.7%, 광역시를 제외한 기타 지방의 전세비중은 46.9%로 50%를 밑도는 수치를 보였다.
 
대형건설사 주택사업부 한 관계자는 "서울은 기본적으로 전세값이 비싸서 월세로 전환하는 것도 지방보다 어렵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지방에서 보증금 5000만원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전월세 전환율을 월 0.9%적용하면 45만원 월세를 내는 셈이지만 서울은 같은 규모 보증금을 1억5000만원으로 가정하면 3배인 135만원을 내야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서도 전세의 비중은 감소추세다
 
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 비중은 ▲1990년 67.3% ▲1995년 74.5% ▲2000년 71.7% ▲2005년 61.8%를 기록했다.
 
◇ 집값 상승 기대감 상실.."저금리 기조도 월세 전환 부추겨"
 
이같은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은 그간 계속돼온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져 버린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그동안 임대인들은 목돈 마련이 쉽고, 임대료 체납 등 거래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세를 선호해왔다.
 
하지만 인구구조가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로 가면서 주택가격 상승을 통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주택 소유자들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누릴 수 있는 월세나 보증부월세를 더욱 선호하게 됐다.
 
더욱이 최근 금융권에선 저금리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임대인들은 전세금을 은행에 넣어도 이자수입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강남의 P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받아서 은행에 넣어봐야 금리가 3-4%인 상황에서 소득세 등 세금을 떼면 남는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임차인 입장에선 매달 꼬박꼬박 월세 부담을 져야 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전세 축소가 달가운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서민층의 월세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임대인이 임차인보다 교섭력이 센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계속 월세 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10%에도 못 미치는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을 높이는 등 주택정책을 분양에서 임대로 옮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threecod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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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