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이명박체제의 사법부와 동거해야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막강한 인사권 행사

입력 : 2011-08-19 오후 5:41:19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18일 저녁 이명박 대통령이 차기 대법원장 후보로 부산 출신의 양승태 전 대법관(63·2기)을 지명함에 따라 향후 사법부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분석 결과 향후 사법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이전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사법부 구성에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 차기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구성한 사법부와 동거해야
 
대법원은 대법원장 1명과 대법관 13명 등 총 14명으로 구성된다. 14명의 대법관은 이 대통령 임기 중에 전원 물갈이된다.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 교체한 대법관은 모두 7명이다.
 
취임 직후인 2008년 3월 차한성 대법관(57·7기)을 필두로 양창수(59·6기), 신영철(57·8기), 민일영(56·10기), 이인복(55·11기), 이상훈(55·10기), 박병대(54·12기) 대법관을 임명했다.
 
그리고 이번에 양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함으로써 8명을 교체했고, 나머지 6명의 대법관도 올해와 내년 이 대통령 임기 중에 교체된다.
 
우선 박시환(58·12기), 김지형(53·11기) 대법관은 올해 11월에 임기가 끝나고, 박일환(60·5기), 김능환(60·7기), 전수안(59·8기), 안대희(56·7기) 대법관은 내년 7월에 임기를 마친다.
 
이 대통령이 대법관 14명을 전원 교체하는 덕분에 차기 대통령은 사법부 구성에 별다른 영향력을 미칠 수 없게 됐다.
 
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2014년~2016년까지 임기가 끝나는 5명을 제외하고는 임기 마지막해인 2017년이 되어서야 대법원장을 비롯해 5명을 교체하게 된다.
 
그나마 내년에 교체되는 4명은 차차기 대통령 임기 중인 2018년에 교체된다.
 
결국 차기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구성하는 사법부와 임기 마지막 해까지 동거를 해야 하고, 역대 대통령 가운데 사법부 구성에 가장 영향력이 없는 대통령이 된다.
 
<현 대법원 구성 현황>
이름 재임기간 출신지 출신학교 직전 보직
양승태(63·2기) 2011.09.26~2017.09.25 부산 경남고·서울대 대법관
박병대(54·12기) 2011.06.02~2017.06.03
경북
영주
환일고·서울대 대전지법원장
이상훈(55·10기) 2011.02.28~2017.03.01 광주 광주일고·서울대
법원행정처
차장
이인복(55·11기) 2010.09.03~2016.09.04
충남
논산
대전고·서울대 춘천지법원장
민일영(56·10기) 2009.09.17~2015.09.18
경기
여주
경복고·서울대 청주지법원장
신영철(57·8기) 2009.02.18~2015.02.19
충남
공주
대전고·서울대
서울중앙지법
법원장
양창수(59·6기) 2008.09.08~2014.09.09 제주 서울고·서울대 서울대 교수
차한성(57·7기) 2008.03.04~2014.03.05
경북
고령
경북고·서울대
법원행정처
차장
안대희(56·7기) 2006.07.11~2012.07.12
경남
함안
경기고·서울대 서울고검장
전수안(59·8기) 2006.07.11~2012.07.12 부산 경기여고·서울대 광주지법원장
김능환(60·7기) 2006.07.11~2012.07.12
충북
진천
경기고·서울대 울산지법원장
박일환(60·5기) 2006.07.11~2012.07.12
경북
군위
경북고·서울대
법원행정처
차장
김지형(53·11기) 2005.11.21~2011.11.22
전북
부안
전주고·원광대
서울고법
부장판사
박시환(58·12기)  2005.11.21~2011.11.22
경남
김해
경기고·서울대 변호사
 
◇ 사법부, 노무현정부 이전으로 회귀하나?
 
현 대법원 구성 현황표를 보면 알겠지만 대법원 구성은 급격히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법원 내부의 서열에 따라 순차적으로 대법관을 발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늘 문제로 지적됐던 '사법관료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징후라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 당시 임명됐던 박시환·김지형 대법관의 경우 사법연수원 선배 기수인 5~10기 보다 한참 먼저 대법관에 임명됐다.
 
특히 김지형 대법관의 경우 서울고법 부장판사에서 대법관으로 발탁된 경우인데, 양승태 대법원장이 취임하면 기대하기 이같은 인사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파격적인 인사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김영란 전 대법관(현 국민권익위원장)을 들 수 있다. 김 전 대법관이 발탁될 당시 나이는 48세에 불과했고, 대전고법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었다.
 
이 당시에 사법파동도 있었다. 2003년 8월 12일 당시 최종영 전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추천하면서 사법고시 합격 기수대로 추천하자 강금실 법무부장관과 박재승 대한변협 회장 대법관후보 제청 자문위원에서 사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 다음날인 13일에는 박시환 서울지법 부장판사(현 대법관) 등 7명 사표를 제출했고,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대법관 추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연판장 돌렸다.
 
그러자 대법원은 다음 대법관 제청부터 관행을 바꾸겠다는 약속과 함께 전효숙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첫 여성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하면서 대법관 제청 문제는 일단락됐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4년 8월에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를 첫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하기에 이르렀다.
 
◇ 다시 부활하는 사법부의 보수화와 관료화, 양승태의 선택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대법관 인사에서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은 사법시험 합격 기수대로 추천하는 노무현 정부 이전의 인사관행이 되살아났다는 점이다.
 
문제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도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통 사법관료 중심으로 대법관 구성이 재편되면서 이념적 성향도 급격히 보수화되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임명됐던 그나마 진보적 색채의 대법관은 그 임기가 거의 끝나간다.
 
김영란, 이홍훈 전 대법관은 이미 퇴임했고, 박시환, 김지형 대법관은 올해 11월이면 물러난다. 그러면 전수안 대법관 정도가 남게 된다.
 
대법원이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힘든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더 큰 문제는 이 대통령 임기 중인 내년에 현 정부에 의한 대법관 물갈이가 완료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렇게 구성된 이명박 체제의 사법부는 차기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까지 영향력을 유지한다는 사실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해 임명될 경우 향후 대법관 임명제청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사법부 내의 소장판사들이 과거처럼 목소리를 낼 것인지, 또 그들의 생각이 반영될지 여부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뉴스토마토 권순욱 기자 kwonsw8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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