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W재판 전망)문제 생기자 발뺀다?..금융감독당국 책임론

(집중분석)③"당국 일관성 잃은 태도가 사건 야기"

입력 : 2011-09-14 오후 4:00:00
[뉴스토마토 권순욱·최현진 기자] ELW 부당거래 논란과 관련해 매매시스템 등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을 통해 쟁점 정리가 거의 끝나가는 상황이다.
 
문제는 해석과 적용 법률의 문제인데, 해석 부분에서도 쟁점은 둘로 나뉜다.
 
먼저 문제가 된 매매 알고리즘프로그램이 탑재된 전용선 제공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 제1항 제1호에 규정하고 있는 '부정한 수단, 계획, 기교'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두번째는 금융감독당국이 ELW 전용선 제공과 알고리즘 매매프로그램 제공을 적극적으로 허용했는지, 아니면 소극적으라도 용인했는지, 이것도 아니면 문제의식을 갖고 대처했는지 등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어떤 태도를 취했느냐가 유죄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자신만만 검찰, 법률과 규정
 
지난 7일 대신증권 노정남 사장 등의 재판에서 검찰의 기소내용에 대해 변호인 측은 날카로운 반격을 펼쳤다.
 
100여석에 이르는 법정을 메운 방청객들은 변호인의 프리젠테이션을 들으면서 승리를 확신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검찰이 자신감을 가지는 근거는 법률과 하위 규정들이다. 
 
우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 제1항 제1호에 관해 검찰은 "이 규정은 2007년에 도입된 것으로 catch-all 방식"이라며 "국회의 법률안 도입 심사보고서 86면을 보면 신종 사기수법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일일이 열거하여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래서 포괄적 사기 금지 조항을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부정한 수단, 계획, 기교'라는 포괄적 규정을 두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알고리즘 매매 프로그램을 탑재한 전용선은 '부정한 수단과 기교'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특히 국제적으로 널리 허용하고 있다는 DMA(Direct Market Access)에 대해서도 검찰은 단호했다.
 
DMA는 '고객 → 증권사 → 거래소'를 거치는 '일반형 DMA'와  '고객 → 거래소'의 Sponsored Access 방식, 즉 '보증형 DMA'가 있다. 증권사를 거치느냐 안거치느냐의 차이다.
 
변호인측은 "빠른 속도를 원하는 대량매매 고객, 알고리즘 매매의 필요성, 직접 주문처리를 통한 고객의 비밀보장 등의 필요성과 IT기술진보가 합쳐서 1990년대부터 기관투자가의 주요 거래방식으로 자리잡았다"고 주장했다.
 
또 세계 60여개 국가가 DMA를 허용하고 있고, 대형 투자은행들이 경쟁적으로 DMA를 도입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보증형 DMA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하지만 이같은 변호인측의 주장을 검찰은 단칼에 자른다. 증권사를 거치지 않는 '보증형 DMA'는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올해 5월19일 금감위가 발표한 'ELW 추가 건전화방안' 보도자료다. 이 자료에는 '증권사의 방화벽을 거치지 않는 전용선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금감위의 보도자료가 검찰 주장을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 문제없다던 금감원·거래소, 문제 생기자 발빼기
 
문제는 법률과 각종 규정을 둘러싼 논란의 단초를 애초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제공했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의 금융감독당국의 태도와 입장은 애매모호했다.
 
검찰과 변호인 모두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감독당국이나 거래소는 공식 입장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 모두 금감원과 거래소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있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검찰에 다소 유리해보이는 형국이다.
 
일단 "속도가 문제다"라는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인들이 바로 금감원과 거래소 직원들이다. 무려 5명이나 법정에서 진술을 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위원회에서도 증인이 출석한다.
 
하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가질만한 여러 상황이 존재한다.
 
7일 재판에서 변호인측이 주장한 내용은 이렇다.
 
2009년 7월에 가장 먼저 알고리즘 매매프로그램이 탑재된 전용선을 제공한 현대증권은 이듬해인 2010년 5월 거래소로부터 감리를 받았다. 결과는 "문제 없다"였다.
 
그리고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2009년 11월에 광고까지 했다. 대신증권의 경우 이같은 내용을 모두 확인한 뒤에 내부적으로 준법감시인 검증도 거쳤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ELW 매매와 관련된 금감원과 거래소의 가이드라인이다.
 
7일 재판에서 대신증권측 변호인은 "금융위 5월19일자 보도자료 'ELW 건전화 방안'을 보면 알고리즘 매매 허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단 그 내용을 떠나서 금융위가 대책을 내놓은 5월19일은 이미 검찰이 수사를 마무리해가는 시기였다. 검찰 수사가 올해 1월에 시작해서 각 증권사를 압수수색하고 난 뒤에야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미 2009년부터 현대증권을 필두로 스캘퍼에게 알고리즘이 탑재된 전용선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가 뒤늦게 부산을 떤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합리적 범위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허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투자자의 주문방법과 관련해 전용선을 제공하거나, 주문시스템 탑재 등 접수 위치상 편의 제공 등", "외국의 경우도 회원사 주문 통신장비 등에 투자자의 알고리즘 주문시스템을 탑재하는 것을 대부분 허용"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변호인측에 유리해보인다.
 
하지만 금융위는 동시에 "증권사의 방화벽을 거치지 않고 스캘퍼의 주문처리 시스템을 호가제출 단계(FEP) 등에 탑재해 주는 경우는 금지", "일반투자자도 증권사와 개별계약을 맺어 전용선 또는 접수위치(주문시스템 탑재, Trading room 등)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개선"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부분은 검찰에 유리한 근거가 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5월19일자 금융위 보도자료를 근거로 증권사를 거치지 않은 '보증형 DMA'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그동안 금융감독당국이 내놨던 각종 가이드라인은 DMA를 허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5월19일자 보도자료의 경우에도 변호인 측에서는 "5월19일 이전에는 금지한다는 규정이 없었다"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그래서 서울여대 경제학과 이준행 교수는 "규정이 정비 안돼 있는데 사법처리까지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교수는 변호인측 증인으로 법정에 나올 예정이다.
 
7일 열린 재판에서 대신증권측 변호인은 이렇게 말하면서 변론을 마쳤다.
 
"(증권사 방화벽을 거치지 않고 곧장 거래소 서버와 연결하도록 해서)서버 보안을 위태롭게 하는 게 범죄인가? 도의적, 행정적 문제일 수는 있으나 형사적 문제는 아니다." 
 
검찰이 생각하고 있는 진실과 증권사가 생각하는 진실은 명확하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 거리의 차이는 별 생각없이 "문제없다"고 했다가, 정작 검찰 수사로 문제가 제기되자 일관성을 상실한 것으로 보이는 대책을 내놓고 애매모호한 입장과 태도를 보이는 금융감독당국이 만들어냈다.
 
이런 애매모호한 태도가 12개 증권사 대표들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만든 사상 초유의 사태를 야기했다. 
 
뉴스토마토 권순욱 기자 kwonsw8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권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