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누구나 한번쯤 물건을 사거나 병원에 갔을 때 억울하거나 당황한 적이 있을 것이다. '소비자가 왕이다'라는 말이 통용되는 시대는 끝난 것이다. 눈 뜨고 코 베이지 않으려면 소비자의 권리에 대해 잘 아는 수밖에 없다. 알아야 손해보지 않는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와 사업자간에 발생하는 분쟁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정했다. 분쟁 당사자간에 분쟁해결 방법에 관한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분쟁 해결을 위한 합의나 권고의 기준이 된다. 이에 알기 쉬운 사례와 설명을 통해 소비자들이 기업 등의 사업체에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경기도 일산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김 아무개(32세)씨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신청하려다 아예 통신결합상품(인터넷+전화+IPTV)에 가입했다. 하지만 가입한 뒤 IPTV의 통신 장애가 3차례 발생해 수리를 했고, 개선되지 않자 김 씨는 통신사측에 해지를 요청했다. 그 결과 김씨는 20만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 위약금 면제 사유는?
김 씨처럼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가입 후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건수는 1167건으로 전년대비 155%나 증가했다.
급증하는 서비스 피해 구제 신청에 따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결합상품 계약을 위약금 없이 해지할 수 있는 기준을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개정했다.
그동안 김씨처럼 소비자가 일부 서비스 불가능 지역으로 이사한 경우에도 해지를 하려면 위약금을 물어야 했지만 앞으로 이런 경우 위약금이 면제된다. 또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최저 속도 보장기준을 미달할 경우에도 위약금없이 해지할 수 있다. 아울러 특정 상품의 장애 시간과 장애 횟수 초과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해도 위약금은 면제된다.
기존에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계약기간 이내에 서비스 불가지역으로 이사할 경우 입증자료 제출시 위약금(할인반환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주소이전 불가 등의 사유로 통신사가 요구하는 입증자료(주민등록등본) 제출이 어려울 경우 부동산임대차계약서, 주택매매계약서 등의 증빙자료 제출로도 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부담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 효과가 크지 않았다.
통신사들이 해지 위약금은 내지 않아도 되지만 결합상품 중 일부는 사용하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다보니 TV와 인터넷은 KT를 사용하면서 전화기는 LGU+를 쓰게 되고, 결합상품으로 가입했을 때는 공짜였던 전화단말기 요금을 매월 분납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했다.
이처럼 그동안 효과가 크지 않았던 위약금 문제가 공정위의 이번 조치로 개선될 여지가 커졌다. 공정위도 '공정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 '위약금 대납'·'할인율' 홀리지 마세요
'똑똑한 소비자'라면 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고민하기에 앞서 어느 통신사 상품이 사용자의 환경에 적당한 상품인지, 실제로 매월 내게 되는 요금이 얼마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특히 결합상품의 경우 구입경로에 따라 요금감면 액수와 경품지급 방식, 위약금 규모가 다를 수 있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같은 조건에 사은품을 더 주는 대리점이 있는가 하면, 사은품을 받지 않는 대신 요금을 더 많이 깎아주는 등 같은 상품인데 가격과 조건이 천차만별이다.
이 중에서도 위약금을 대신 내주겠다는 '위약금 대납'조건에 소비자가 현혹되기가 가장 쉽다.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는 위약금이나 사은품은 영업사원의 구두 약속일 경우가 많다. 때문에 피해도 가장 많다.
높은 할인율도 주의해야 한다. 결합상품의 경우 3가지를 결합해 저렴하게 사용하는 만큼 높은 위약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할인율이 높다고 덜컥 가입했다가 해지 할 경우 위약금에 분통을 터트려봐도 통신사로부터는 충분히 고객에게 고지했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결국 상품을 비교하고 신중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최근 통신상품 비교 커뮤니티가 활성화 돼 소비자들이 직접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선택할 수 있어 꼼꼼한 통신결합상품 가입이 용이해 진 것도 소비자에겐 좋은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