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의뢰인 만나고, 카톡으로 재판상황 보고"

스마트폰 이용자 3천만명 시대..소송 문화도 바뀌어

입력 : 2012-01-20 오전 10:01:1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지난해 연말 어느 일요일 이른 아침. A변호사는 알람처럼 울리는 카카오톡 알림음에 잠에서 깼다. A변호사는 재판준비다, 송년회다 이러저러한 바쁜 일정으로 몸이 만신창이가 돼 꼼짝하기 싫었지만 울고 있는 스마트폰을 들어 창을 열었다.
 
"변호사님, 내일 아침까지 손해배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해서 팩스로 보내주세요^^"
 
한창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의뢰인이었다. 시계를 보니 아침 여섯시 반. A변호사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하며 침대에 누웠지만, 이내 다시 일어나 '알았다'는 답장을 보내고 컴퓨터를 켰다.
 
스마트폰 이용자 3000만명시대. 소송문화가 바뀌고 있다. 변호사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재판 진행 상황을 의뢰인들에게 알려주고, 의뢰인들은 언제 어디서든 변호사들에게 소송과 관련된 질문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의뢰인과 변호사간의 간격을 좁혀주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의뢰인-변호사 간격 좁혀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이전, 의뢰인과 변호사는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 서로 연락을 취했지만 상대방 휴대폰 번호를 저장해놓지 않으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보급과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가 일반화 되면서 둘 중 한 명만 상대방의 스마트폰 번호를 저장하면 자동으로 연결되게끔 돼 있어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소통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이같은 변화로, 그동안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이 높다는 현실을 빗댄 '변호사 얼굴도 못 봤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변호사들도 이 같은 변화를 대부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개업한지 얼마 안된 청년변호사들은 적극적으로 스마트폰을 의뢰인과의 소통의 창으로 사용한다.
 
개업 4년차의 한 청년변호사는 "스마트폰으로 의뢰인과 자주 연락을 취하면서 변호사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높아지고 관계가 더 긴밀해진 건 확실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임사건 늘리는데도 한 몫
 
또 다른 청년변호사는 "신뢰감이 커지면서 한번 사건을 맡긴 의뢰인이 다시 찾아오고 소개를 통해 사건을 맡겨 오는 다른 의뢰인들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수임사건을 늘리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의뢰인의 입장에서도 이같은 변화를 반기고 있다. 특히 기업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 대기업 법무팀 관계자는 "외국 로펌의 경우 메일을 보내면 늦어도 20분 안에는 어떤 식으로든 답변이 온다"면서 "한국 로펌의 경우 그동안에는 그런 점이 아쉬웠는데 많이 나아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업들은 항상 빠른 판단을 원하는 만큼 간단하더라도 즉각적인 답을 원한다"면서 "시간이 한참 지난 뒤 보내오는 몇십페이지의 준비서면보다 몇줄의 메시지가 더 효율적일 때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SNS로도 의뢰인 만나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로 의뢰인을 만나는 변호사들도 적지 않다.
 
애플을 상대로 위치추적에 대한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법무법인 미래로의 김형석 변호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지난해 8월 처음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면서 트위터를 통해 그때그때의 재판 진행상황을 의뢰인들에게 전하고 있다. 의뢰인은 물론, 이번 소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김 변호사 '팔로우(follow)'함으로써 실시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지난 17일 "구체적 피해를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이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모두 입증해야하는 게 아닐까하는 오해에서 비롯된 의문"이라며 "구체적 피해의 입증과 무관하게 동의가 없었는데 애플이 위치정보를 수집했다는 것만 확인되면 승소가 가능하다"는 글을 올려 의뢰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로 널리 알려진 한문철 변호사도 트위터를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법률상식 트위터로 알려 큰 인기
 
한 변호사는 그의 트위터에서 "월급 300만원 받는 직장인이 교통사고로 두 달 입원했는데보험사로부터 휴업손해 600만원을 받을 수 있을까? 못 받을까?", "교통사고로 입원했을 때 보험 안되는 비급여부분을 환자 본인이 내야할까 버텨야할까?"는 식의 퀴즈를 통한 교통사고 상식을 게재하고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의뢰인들과 만나고 있는 한 중견 로펌의 변호사는 "로펌 중에는 재판 진행현황을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게재해 의뢰인들에게 서비스를 하고 있는 로펌도 있지만 이것은 의뢰인들에게 와서 보라는 식 아니냐"며 "언제 어디서든 의뢰인이 필요할 때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서비스 정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만큼의 부작용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시도 때도 없이 말을 걸어오는 의뢰인 때문에 사생활을 침해받을 정도"라고 말했다. 여러 의뢰인들에게 오는 메시지는 어쩔 수 없지만, 재판진행 상황이나 결과에 불만이 있는 의뢰인이 집요하게 메시지를 보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집요한 메시지에 스마트폰 던져버리고 싶을 때도
 
또 "재판진행 상황이나 질문에 대답을 해줬는데도, 몇시간 간격으로 말을 걸어와 같은 답변을 하게 하거나 심지어는 수임이 안된 일반인들이 시시콜콜한 문제를 계속 물어올 때에는 스마트폰을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라며 하소연을 하는 변호사들도 없지 않다.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한 개업 변호사는 "그래서 변호사들 사이에는 '명함에 스마트폰 번호를 적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가 웃지 못할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의뢰인들은 대체로 변호사가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지 않으면 신뢰감을 갖지 못하는 것 같다"며 "궁여지책으로 스마트폰이 아닌 소위 피쳐폰을 따로 마련해 그 번호를 명함에 기입하고 다니는 변호사들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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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