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현직 변호사들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생들을 대상으로 지난 3일 처음 치러진 변호사시험 일부 문제가 대학 수능시험 수준에 머무는 등 변호사로서의 실력을 판단하는데 부족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나승철 변호사를 비롯한 현직 변호사 110명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1회 변호사시험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30일 법무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변호사들은 평가서에서 "변호사시험은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를 선발하는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법무사시험 문제, 심지어 수능 '법과 사회' 시험 문제 정도의 난이도 밖에 되지 않는 문제들이 출제됐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은 특히 "이번 시험의 선택형 시험문제에서 5개의 지문 중 1개의 지문이 명백하게 틀린 내용을 담고 있어서 나머지 4개의 지문에 대해 알지 못하더라도 쉽게 정답을 골라낼 수 있는 문제가 다수 출제됐고, 심지어는 고등학교에서 '법과 사회'만을 공부해도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들은 이에 대한 근거로 공법 선택헝 1번(1책형)문제를 제시하면서, "이 문제는 1980년 헌법에 의해 전두환 대통령이 간선제로 대통령에 취임한 사실만 알고 있다면 다른 지문은 볼 필요도 없이 정답을 찾아낼 수 있는 일반상식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또 "형사법 선택형 30번(1책형)은 그 유명한 '미란다 원칙'만 알고 있어도 1번 지문이 틀렸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문제"라며 "이같은 문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은 이어 "그동안 로스쿨에서는 사법시험을 구시대적이고, 법조문과 판례의 암기에만 치우친 시험이라고 비판해 왔지만 이번 제1회 변호사시험은 오히려 사법시험보다도 훨씬 판례의 암기에 치중한 문제, 그것도 판례의 논리보다는 결론 그 자체만 암기하면 풀 수 있는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고 꼬집었다.
변호사들은 또 "뻔히 틀린 지문을 포함시키거나, 수능 법과 사회 수준의 문제를 출제함 으로써 법무부가 어떻게든 쉽게만 출제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며 "실제로 변호사시험 전부터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법무부가 대량과락 사태를 우려하여 변호사시험의 난이도를 현저하게 낮출 것이며, 주관식 채점 역시 과락이 나오지 않도록 매우 후한 점수를 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고 밝혔다.
변호사들은 이와 함께 "로스쿨은 고액의 등록금으로 인해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아왔지만 이번 제1회 변호사시험의 출제경향을 분석해 본 결과, 법무부가 돈 있는 사람에게는 쉽게 변호사 자격을 인정하고 돈 없는 사람에게는 혹독한 수험생활을 거쳐야 변호사 자격을 인정하기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은 이어 "변호사시험이 사법시험처럼 법학에 관한 한 최고의 난이도로 출제될 필요는 없지만 변호사로서의 최소한의 지식과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수준으로는 출제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이 병존하는 기간 동안에는 지금처럼 두 시험 간의 난이도에 현저한 차이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