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하나은행이 전업계 신용카드사에 하나은행 계좌를 기반으로 한 체크카드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에 따라 다른 시중은행들도 금융당국과 업계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체크카드 활성화를 골자로 한 ‘신용카드시장 구조 개선 대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 1월에는 은행들과 협의해 체크카드 은행계좌 이용 수수료를 0.2%로 인하키로 하면서 일사천리로 활성화 수순을 밟는 듯 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고객 이용 불편을 없애기 위해 체크카드에 은행계좌의 현금인출 기능부여를 요구했지만 은행들이 카드사 출시 체크카드에 현금인출 기능 부여에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체크카드 활성화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체크카드 현금인출 기능은 은행고객 창출의 마케팅 창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 중에서도 소매금융 고객이 많은 은행들은 반대입장을, 소매금융 고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은행에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A은행 관계자는 “소매금융 고객이 많은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등은 마케팅 창구인 체크카드 현금인출 기능을 공유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은행 고유 업무를 전업계 카드사에게 부여하면서까지 체크카드 시장 활성화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먼저 삼성, 현대, 롯데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에게 현금인출 기능을 부여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나섰다.
현재 하나은행과 카드사들의 협의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전업계 카드사는 이르면 상반기 중에 현금인출 기능을 갖춘 체크카드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소매금융 부문 점유율 확대를 꾀하는 하나은행 입장에서 전업계 카드사와 제휴는 고객확보에 이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체크카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어 업계 스스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길 기대하고 있다. 또한 하나은행이 현금인출 기능을 신용카드사에게 허용함에 따라 다른 은행에 대해서도 여지를 보여줬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체크카드의 현금인출 기능은 은행의 고유한 업무로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지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하나은행이 가능하다면 다른 은행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으로, 결국 다른 시중은행들도 눈치를 보며 전업계 카드사에 체크카드 현금인출 기능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다른 은행에서는 현금인출 기능 부여에 대해서는 검토를 하지 않고 있지만 한곳에서 물꼬를 튼 상황에서 다른 은행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