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인터넷 언론사에 대해 본인실명 확인제를 요구하는 규제는 복잡한 역사를 갖고 있다.
원래 개정되기 전의 공직선거법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와 반대에 관한 모든 글에 대해 실명을 확인하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기간에도 제한이 없어서 선거운동기간이 아닌 시기에도 본인실명을 확인해야 했다.
이에 대해 지난 2004년 3월 김모씨 등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김씨의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법률이 개정됐다.
2005년 8월에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 기간'에만 실명을 확인하도록 했다. 따라서 이번 4.11총선에서 이 규정이 적용되는 기간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월29일부터 4월11일까지 실명을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 치러진 선거는 2007년 대통령 선거였다. 이 당시 인터넷 언론사인 <참세상>은 인터넷실명제 거부를 선언하고, 이후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받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2010년 2월에 7대 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이라는 견해를 밝힌 재판관은 김종대, 송두환 재판관이었다.
두 사람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의사표현 자체를 위축시켜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방해하며 유익한 익명표현까지 사전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제하여 오히려 선거의 공정이라는 입법목적 달성에 장애가 된다"고 밝혔다.
특히 "후보자 등에 대한 '지지의 글'은 비방이나 명예훼손의 우려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반대의 글과 마찬가지로 실명인증을 요구하는 것은 비방이나 명예훼손 등의 선거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익명표현의 자유를 과잉제한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당시부터 각종 포털사이트와 언론사들은 소셜댓글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규제가 없는 외국 업체와는 달리 인터넷 실명제 규제로 인해 사업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소관 부서인 방송통신위원회는2011년 1월에 SNS 활용한 소셜댓글을 실명인증제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에 헌법재판소는 SNS에서의 선거운동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공직선거법 관련 규정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으로 인해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SNS상에서 아무런 규제없이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도 인터넷 언론사에 대한 규제는 소셜댓글 시스템이 도입되기 이전에 만들어진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실명인증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본사에 요청하는 것이 온당한 상황에서 언론사에게 실명을 확인하라는 엉뚱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SNS상에서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와 반대의 글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반면, 인터넷 언론사의 기사에는 규제를 가하고 있어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