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모나코에서 열리고 있는 제18회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 동해 표기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놓은 해법이 재조명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11월 한일정상회담 당시 한·일 양국간에 마찰을 빚고 있는 동해 표기 논란에 대한 해법으로 '평화의 바다(Sea of Peace)'·'우의의 바다'·'화해의 바다' 등 새로운 발상으로 양국관계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부분의 여론은 비판적이었지만, 현실적으로 국제사회에서 80년간이나 '일본해(Sea of Japan)'가 단독 공식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노 전 대통령이 제기한 문제의식과 발상의 전환은 현실적으로 타당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노 전 대통령 참모를 지낸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일본의 국제적 위상,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동해-일본해'를 동시에 표기하는 것이 그나마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최대치"라며 "하지만 일본의 외교력을 감안하면 '일본해'가 계속 국제적으로 승인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동해냐? 일본해냐?를 다투는 것도 아니다"며 "기껏해야 '동해-일본해' 표기가 얻을 수 있는 최대치"라며 "일본해를 제치고 동해를 단독으로 표기할 가능성이 없다면 양국 관계의 전환과 발전을 지향하는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평화의 바다'나 '우의의 바다', '화해의 바다' 같은 이름은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승리하거나 패배하는 것을 뛰어넘는 상징성을 가진다"며 "한국과 일본이 합의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만약 현실화된다면 양국관계도 큰 진전이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새롭게 재조명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2006년 11월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아베 당시 일본 총리와 만나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미시적으로만 따지면 문제를 풀기 어렵다. 일본이 야스쿠니 문제나 역사교과서 문제에서 '이웃나라를 존중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 '역사문제를 공동연구하자'는 등 새로운 협력관계를 위해 적극적인 제안을 내놓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부언설명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은 "가령, 동해 바다를 한국은 동해라고 하고 일본은 일본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두 나라가 '평화의 바다', '우의의 바다', '화해의 바다'로 하면 두 나라 사이에 대화의 토대가 될 것이다. 동해 바다 표기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풀게 되면 상대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란 점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예를 들어 말한 것이다. 공식 제안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일본은 자국내 언론을 상대로 공식제안을 받은 것처럼 설명하고,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처럼 알리는 바람에 국내에서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