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검찰이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명목으로 10억여원을 받은 박영준 전 차관(62)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어떤 혐의가 적용될지 벌써부터 관심이다.
검찰은 함께 뒷돈을 받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75)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상대적으로 관대한 혐의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최 전 위원장에게 적용된 알선수재에 대한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수억원을 받고 위세를 이용해 압력을 넣고 부정한 청탁을 들어준 혐의에 비해 가볍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 전 위원장의 경우 뒷돈을 받을 당시 공무원 신분이 아니었다는 점과 직무범위와 관련한 대가성 청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최 전 위원장이 방통위원장에 재직하던 2008년 5월까지 뒷돈을 받은 것으로 봤으나, 위원장 재직 이후 금품수수 사실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공무원 재직 중 금품수수가 확인됐다 해도, 방통위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무'에 대한 범죄가 아니어서, 뇌물죄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박 전 차관의 경우는 사안이 다르다. 돈을 받은 때 그는 공무원이었으며, 청탁을 들어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돈을 건넸다는 이정배(55) 파이시티 전 대표에 따르면, 박 전 차관은 서울시 정무국장으로 부임한 2005년 1월 이후부터 브로커 이동률씨를 통해 인허가 청탁과 관련한 돈을 받았다. 2008년 1월엔 박 전 차관의 이사비로 10억원을 계좌로 송금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박 전 차관이 자신과 브로커 이씨가 서울시 소속 인허가 관련 공무원을 만날 때 중간에서 소개를 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형법상 공무원은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액이 클 경우에는 특가법을 적용받아 형이 가중된다. 1억원 이상을 받았다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대해 알선한 알선수뢰의 경우도 형이 중하다.
형법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지만, 금액에 따라 특가법을 적용을 적용해 1억원 이상을 받았다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형사전문 변호사들 중에는 박 전 차관에게 뇌물 또는 알선수뢰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현재 밝혀진 금액만 10억원대에 달하기 때문에 당연히 특가법을 적용해 가중처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공직에 있을 때 지속적으로 청탁과 그에 대한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면 뇌물죄로 봐야 한다”며 “대가성이 핵심이지만 자기의 직접 업무 뿐만 아니라 공직자로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면 폭 넓게 대가성을 인정하는 것이 판례의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형사전문 변호사도 “직무범위 등의 해석으로 뇌물죄 성립이 설령 힘들다고 해도 최소한 알선수뢰는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그도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관련 공무원을 소개시켜 주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같이 동석하는 등 적극적이었다면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자신의 직접 업무는 아니지만 공직자로서 영향을 미쳐 관여했다면 폭 넓게 대가성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뇌물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정확한 정황과 법리를 따져봐야겠지만 무엇보다 검찰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뇌물죄 등과 알선수재는 형의 격차가 큰 만큼 국민들이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