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아버지를 만나러 일본에 갔다가 간첩으로 몰려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김장길씨(70)가 30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일본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가 북한 간첩과 접선했다는 이유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김씨가 낸 재심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판결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임의성의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1970년 8월 일본에 사는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가 아버지 집에서 간첩으로 의심돼 당시 추적 받고 있던 박모씨를 우연히 만나 식사를 했다.
이후 김씨는 일본에서 간첩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중앙정보부 요원들에게 영장 없이 잡혀가 45일 동안 갇힌 채 고문과 협박을 통해 자백을 강요받았다.
이후 김씨는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기소됐으며, 법원은 공소사실 모두를 인정해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 했고 1982년 7월 형은 확정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김씨가 불법구금과 고문 및 협박을 통해 자백을 강요받고, 법원은 증거 없이 공소사실을 인정해 중형을 선고했다"며 김씨의 사건을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이라고 결론지었다. 법원 역시 2010년 7월 김씨가 낸 재심청구를 받아들였다.
1, 2심 재판부는 "불법 구금돼 고문 등에 의한 자백이 이뤄졌기 때문에,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