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공평에 반하거나 법률적 공백이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전문개정으로 효력이 없어진 법률조항을 유효한 것으로 해석해 과세의 근거로 삼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이번 결정은 법규에 대한 위헌성을 판단한 것이나 사실상 대법원의 판결을 심리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GS칼텍스(주)가 "법의 전면 개정으로 효력이 없어진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23조를 근거로 과세처분한 것은 헌법상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반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법률이 전부 개정된 경우에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종전의 본칙은 물론 부칙 규정도, 그에 관한 경과규정을 두거나 이를 계속 적용한다는 등의 규정을 두지 않은 이상 전부개정법률의 시행으로 인하여 실효된다"며 "이 사건 해당 조항은 전문개정법에서 경과규정 등을 두지 않았으므로 실효되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은 이 사건 해당 조항이 실효된 것으로 볼 경우 이미 상장을 전제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법인에 대한 사후관리가 불가능하게 되는 법률의 공백상태가 발생하거나 다른 법인과의 형평성에 반한다는 이유로 해당 조항이 실효되지 않았다고 보고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조세법률주의가 지배하는 조세법의 영역에서는 경과규정의 미비라는 명백한 입법의 공백을 방지하고 형평성의 왜곡을 시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권한이고 책임이지 법문의 한계 안에서 법률을 해석⋅적용하는 법원이나 과세관청의 몫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구체적 타당성을 이유로 법률에 대한 유추해석 내지 보충적 해석을 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유효한' 법률조항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것이지 이미 '실효된' 법률조항은 그러한 해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 사건 전부개정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부칙조항이 실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상의 권력분립원칙과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GS칼텍스는 1990년 10월 자산재평가를 실시하고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 상장을 준비했으나 상장이 어렵게 되자 2003년 12월 자산재평가를 취소했다. 이후 역삼세무서장은 GS칼텍스가 자산재평가를 취소한 날이 속한 2004 사업연도 법인세 과세표준과 함께 법인세를 신고·납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겼다며 총 707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했다.
당시 역삼세무서장은 자산재평가 법인이 주식을 상장하지 않는 경우 자산재평가를 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23조를 근거로 이같은 처분을 내렸으나 이 법은 1994년 1월1일자 전면 개정을 통해 실효됐다.
GS칼텍스는 과세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역삼세무서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GS칼텍스는 근거가 된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