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KT 올레닷컴 해킹사건과 관련해 KT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인터넷 카페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가짜 카페가 상당수 개설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1일 현재 KT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며 원고인단을 모집하고 있는 카페 수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15개, 다음에 10개다. 그러나 개인정보가 유출된 피해 가입자가 870만명으로 집단소송 카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피해자 870만, 집단소송 카페 가파른 증가세 전망
네이버에 설치된 한 카페는 멤버가 약 6000명으로 KT만을 상대로 하는 집단소송 카페로는 현재까지 가장 많은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카페는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훨씬 전인 2008년, 쇼핑 정보제공 목적으로 개설된 뒤 수차례 용도가 변경된 이력 때문에 진정성에 의심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카페 관리자는 최근 카페 공지문을 통해 "2011년 3차례를 거쳐 카페이름을 변경한 것이 맞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번엔 피해자들의 의견을 모을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카페인 것은 맞다. 악의적 의도는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같이 카페 관리자가 공식적으로 해명을 한다고 해도 피해자들 입장에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변호사 업계는 개인정보 해킹 등 대규모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신종 법조브로커들이 접근하고 있어 긴장하고 있다.
인터넷 카페를 이용한 집단소송이 시작된 2005년에는 변호사들이 주로 카페를 열어 원고인단을 모집했으나 지금은 일반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변화하는 소송문화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카페 넘길 테니 사라"
변호사들에 따르면, 이들은 집단소송 카페를 만들어 피해자 수천명을 모집한 후 접근한 뒤 "카페를 넘길 테니 사라"며 접근하고 있다.
집단소송을 많이 해 온 한 변호사는 "이 경우 당연 변호사법 위반으로 범법행위"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나 "엄청난 의뢰인 수로 들어오는 수임료가 막대하기 때문에 단칼에 거절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또 한 변호사는 "개인정보 해킹 사건이 터질 때마다 '원고인단을 모아놨으니 변호를 맡아달라'는 메일을 심심치 않게 받고 있다"며 "처음에는 관심을 갖고 만나봤으나 상당수가 대가를 원하기 때문에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쯤에는 네이트해킹 피해자 카페로 회원 8만7000명을 확보한 일명 '네해카'가 카페 관리자와 변호사의 갈등으로 소송 진행이 상당기간 차질을 빚었던 적이 있다.
◇집단소송 참여 피해자 2,3차 피해 우려
이같은 경우 집단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들은 2차, 3차로 피해를 볼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인터넷을 통한 집단소송 경험이 많은 또 다른 변호사는 "공익적인 마음을 갖고 카페를 운영하는 분들도 있지만 카페지기와 변호사가 마음이 맞지 않을 경우 카페지기가 일방적으로 카페 운영을 접거나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럴 때 결국 피해를 보는 사람은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들"이라며 우려했다.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변호사들의 공통적인 충고는 전화 통화 등으로 변호사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KT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이흥엽 변호사는 "일반인이 개설한 카페든 변호사가 개설한 카페든 변호사 이름이 공지되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변호사가 일단 소송을 맡는다고 공지가 되면 일이 잘못 되어도 결국 변호사가 책임지게 된다"며 "단 소송을 맡는다고 공지된 변호사나 법률사무소도 확인 않고 있다가 카페가 폐쇄되거나 방치된다면 하소연 할 데도 없다"고 말했다.
◇비용 이체계좌 변호사 계좌인지 확인해야
카페를 통해 수임료나 소송비용 등을 이체하라고 공지되는 계좌번호가 변호사인지 일반인인지도 반드시 따져봐야 하는 부분이다.
인터넷 집단소송을 경험해본 여러 변호사들과 누리꾼들은 "소송비용을 전해 받는 계좌가 변호사나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명의가 아닌 다른 사람 명의라면 100% 사기라고 봐도 좋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