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아내의 불륜사실을 알고 격분한 나머지 처남을 흉기로 살해한 20대 남성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잠을 자고 있는 처남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김모씨(28·회사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김씨는 2008년 3월쯤 PC방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박모씨를 만나 교제하다가 두 달 뒤부터 박씨와 박씨의 스무살난 남동생이 살고 있는 경기 시흥의 한 원룸에서 함께 거주하다가 2011년 5월 혼인신고를 했다.
김씨는 이후 인천으로 거처를 옮겨 박씨와 처남과 함께 살던 중 박씨의 남자문제와 늦은 귀가로 잦은 다툼이 생겼다. 박씨 역시 김씨가 성매매업소에 출입한 사실을 알게 된 뒤 김씨에게 이혼을 요구하면서 둘 사이는 갈등이 심해졌다.
김씨는 2011년 12월11일 오전 6시5분쯤 귀가했을 때 박씨가 혼자 술을 마시고 있자 "앞으로 잘 하겠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박씨는 계속 이혼을 요구하며 다른 남자와 스마트폰으로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박씨의 스마트폰을 빼앗은 김씨는 상대 남자의 대화명이 김씨와 박씨의 성관계를 의미하는 단어인 '어흥'인 것을 알게 되자 자살하겠다며 옥상으로 올라갔다.
김씨는 그러나 박씨가 자신을 말리지 않자 다시 집으로 들어갔고 이를 본 박씨는 "죽는 게 쉬운 줄 아느냐. 죽을 용기가 있으면 나부터 죽여달라"며 부엌에서 식칼을 가져왔다 또 문자메시지를 받은 남자와의 성관계를 인정하면서 "그 남자로부터 성관계 대가로 받은 돈으로 생활비를 댔다. 그 남자가 이혼하고 오면 받아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격분한 김씨는 박씨와 처남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우선 처남의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자고 있는 처남의 몸 위에 올라탄 뒤 식칼로 목 부분을 2회 깊숙이 찔러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살인혐의로 기소된 김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 재판부는 "김씨가 초범으로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범행이 우발적으로 이뤄진 점, 결혼 이후 처남을 보살펴왔고 가정의 평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점 등이 인정된다"며 1심보다 감경된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이에 김씨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재판부는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면 김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의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기각하고 원심의 형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