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사
◇김종대 재판관
취임인사를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6년의 세월이 지나 작별의 인사를 하게 되니 세월의 덧없음을 실감합니다. 갈 것을 예정하고 왔습니다만 그래도 헤어져야한다는 것은 서운한 일인가 봅니다. 떠나는 사람으로서 부질없는 일이긴 하나 지난 6년을 되돌아본 소회의 일단을 피력해 보고 싶습니다.
헌법재판에 묻혀 살았던 지난 6년간 저는 참 행복했습니다. 제가 내는 의견이 법정의견이 되었건 소수의견에 그쳤건 외부적 압력이나 회유로 인해 소신을 바꿔야 하나하고 고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동료재판관들의 고매한 인격과 여러분들의 사랑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기에 이점에 대해 가장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그러나 마음 아팠던 일도 있었습니다. 첫째는 오랫동안 재판관 한분이 보임되지 아니함으로서 온전하지 못한 재판을 1년 넘게 해왔던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헌법은 국가의 3부에서 각 대등하게 3인씩 재판관을 지명·선출토록 해 9인의 재판관으로써 헌법재판소를 구성토록 했습니다. 이 균형이 깨지면 벌써 재판소의 구성은 헌법에 어긋나게 됩니다. 헌법수호와 국민의 기본권보장을 위한 인용주문을 냄에 있어 6/9의 찬성요건을 6/8으로 가중해 한결 어렵게 하는 것은 기본권을 보호하고 헌법을 지키는 옳은 태도가 아닙니다. 저는 처음 이같이 헌법에 어긋나는 재판을 거부할까도 생각했습니다만 신속히 기본권이 보장되길 바라는 국민의 뜻 또한 거스릴 수 없어 참고 재판에 임해왔습니다. 그러나 내내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이 같은 작은 오점도 헌정사에 다시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둘째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갈등하는 모양을 보여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쳤던 일입니다.
인권보장이 세계적, 시대적 가치로 고양됨에 따라 수많은 선진제국이 헌법재판소를 창설하여 헌재로 하여금 기본권신장을 위해 모든 공권력에 대한 일정한 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 헌정사를 되돌아 볼 때, 한때 헌법재판기능을 대법원 등 헌법재판소가 아닌 기관에 맡긴 때가 있었지만 모두가 그 기능을 제대로 행사 하지 못했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우리도 1987년 개헌 시에 헌법재판소를 탄생시켰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이 같은 탄생배경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를 해주어야 할 것이고 한편으로 헌재는 대법원을 최고 법원으로 규정한 헌법의 취지를 잘 새겨 줌으로써 각자 조직이기심을 버리고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상호 존중해 부적절한 갈등관계를 해소해야 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도 대법원도 모두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의 길 위에서 하나가 되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떤 험한 파도가 밀려오더라도, 국민과 함께 나아가는 한 헌법재판소의 미래는 창창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헌재를 이끄는 재판관과 직원 여러분도 각자의 사사로운 이익에 앞서 우리 공동체의 이익과 나라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며 국민을 사랑하고 존경한다면 헌재와 더불어 반드시 행복하시리라 믿습니다.
여러분의 건승을 축원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2. 9. 14.
김종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