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단일화에 초조해졌나? 朴, 보수본색 강화

입력 : 2012-11-09 오후 2:37:40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정책이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보수 본색을 강화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을 거치면서 줄곧 강조했던 '경제성장과 안보'를 주요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는 기조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7월 대선 출정식때만해도 '대세론'에 힘입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제민주화를 강하게 주장하고, 유연한 대북정책과 대통합을 외치던 실용주의에 가까운 포지션이 점점 우측으로 쏠리고 있다.
 
최근 이슈에서 사라진 서해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놓고 안보를 강조하며 우클릭하더니, 그나마 박 후보의 대표적인 상품이었던 경제민주화도 점점 그 빛을 바래고 있다.
 
박 후보는 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비공개로 열린 경제 5단체장 간담회에서 순환출자 제한에 관한 입장을 묻는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의 질문에 "기존 순환 출자는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고, 앞으로 순환 출자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특히, "기존의 순환출자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순환출자분 고리를 끊기 위해서 대규모 비용이 투입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이 비용을 투자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게 더 타당하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박 후보의 입장은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를 이끌고 있는 김종인 국민행복위원장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더구나 이한구 원내대표와 김 위원장이 경제민주화를 놓고 갈등을 겪었던 터라 박 후보의 입장 변화는 김 위원장의 입지에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후보가 줄곧 대세론을 구가하던 당시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던 이슈가 바로 경제민주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 후보의 입장은 사실상 경제민주화를 포기했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
 
또 한 가지는 안보에 관한 정책이다.
 
박 후보는 지난 5일 '신뢰외교와 새로운 한반도'란 주제로 외교·안보·통일 정책을 발표했다. 박 후보는 "'새로운 한반도'를 건설하기 위한 출발점에 필요한 것은 신뢰"라며 "불신과 대결을 넘어서 평화와 신뢰의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고, 궁극적으로 통일 한국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100% 대한민국의 완성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후보가 표명하고 있는 '신뢰'를 뒷받침할만한 구체적인 정책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당장 현 정부 들어 중단된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활성화 등에 대해 가시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현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간 대화창구가 완전히 막혀버렸지만, 박 후보의 대북정책이 현 정부와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회담록 공개를 요구하는 등 외교관례를 벗어난 요구를 한 것도 '신뢰'를 표명한 것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집권 이후 강경한 대북정책으로 남북간 대화가 막혀버렸지만, 2007년 대선 당시에는 대북정책에 있어서 실용주의적인 접근 자세를 보여주며 중도층을 껴안은 바 있다.
 
반면 박 후보는 지난 2002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회담을 하는 등 줄곧 유화적인 대북관을 지켜왔지만, NLL 공세를 기점으로 강경한 자세로 돌아서면서 보수 본색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줄곧 경쟁 상대가 보이지 않던 '대세론'을 질주하던 박 후보가, 9월 이후 야권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의 격차가 좁혀지고, 마침내 야권 단일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모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보수정당의 전통적인 기조였던 '경제성장과 안보'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같은 박 후보의 보수 본색 회귀가 이번 대선에서 중도층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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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