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 총장 퇴임 "오만이라는 내부의 적에게 졌다"

입력 : 2012-12-03 오후 4:48:13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사상 초유의 검찰 내부 분란과 함께 한상대 검찰총장이 30년간의 검사생활을 마무리하고 3일 공식 퇴임했다.
 
한 총장은 이날 3시 대검찰청 별관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검찰총장으로서 가장 어려운 싸움은 내부의 적과의 전쟁, 바로 우리의 오만과의 전쟁이었다”며 “결국 저는 이 전쟁에서 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내부 적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감찰을 강화하고 국민의 시각에서 나름대로 많은 제도개혁을 했지만 이 전쟁은 고뇌와 고난, 오해와 음해로 점철된 끊임없는 전투, 처절한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환부를 도려내면 다시 돋아나고, 적을 물리치면 또다시 물밀 듯 다가왔다”며 “우리의 오만을 넘지 못하고 여러분의 이해와 도움을 얻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한 총장은 지난해 8월 취임시 ‘종북좌익세력과의 전쟁, 부정부패와의 전쟁, 검찰 내부와의 전쟁’ 등 3대 과제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었다. 한 총장은 이날 종북좌익세력과 부정부패와의 전쟁에서는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으나 검찰 개혁과 비리 등 내부 부정부패 척결에는 실패했음을 토로한 것이다.
 
한 총장은 그러나 “우리는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초일류 검찰을 위해서 반드시 이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과도한 힘을 바탕으로 한 오만불손함을 버리고, 국민을 받드는 사랑과 겸손의 길을 택해달라”고 후배 검사들에게 주문한 뒤 검찰을 떠났다.
 
한편 한 총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사퇴발표 직후 사표를 제출한 최재경 대검 중앙수사부장의 사표를 반려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한 총장은 “조직의 안정과 화합 등을 고려해 최 중수부장이 검찰에 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심하고 채동욱 차장과의 협의하에 최 중수부장의 사표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이 사퇴한다고 했을 때에는 “간부들과 이미 오해를 다 풀었음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그런 마당에 최 중수부장이 나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중수부장은 한 총장의 이같은 결정에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 중수부장은 감찰 조사결과에 따라 향후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고수하고 있어 최 중수부장의 사퇴가능성은 남아있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3일 퇴임식을 마치고 차에 오르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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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