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부동산 매매시 명의를 빌려 준 명의수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는 그 토지에 대해 근저당권 등을 설정해 준 행위는 형법상 배임이나 횡령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명의를 빌려주고 자신의 이름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부동산을 명의신탁자 몰래 처분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로 기소된 유모씨(65)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동산을 매도한 사람이 명의신탁관계가 있었음을 알고 있었던 경우에는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명의수탁자 명의로 마친 경우라도 부동산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있다"며 "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따라서 명의수탁자는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 지위에 있다거나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 경우 명의수탁자는 매도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말소의무를 부담하지만 소유권이전등기는 처음부터 원인무효"라며 "명의수탁자가 제3자와 사이에 한 처분행위가 부동산실명법 4조 3항에 따라 유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래의 상대방인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해 명의신탁약정의 무효에 대한 예외를 설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에서도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경료한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이고, 이에 따라 피고인은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이와는 달리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해당 부동산을 농협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유씨는 1991년 4월 지인인 박모씨가 심모씨로부터 천안시 군동리 일대 밭 2922㎡를 매수할 때 명의를 빌려주고 소유권이전등기를 자신의 명의로 마쳤다. 그러나 2008년 5월 이 땅을 농협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고 3억6600만원을 빌렸다가 밭의 시가 6억63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