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지난 2008년 발생해 근로자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건과 관련해 보험사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LIG손해보험이 "계약 체결 당시 창고 내부에서 위험한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다"며 코리아냉장 대표 공모씨(51)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험계약 체결 당시 냉동창고에 대한 잔여공사가 계속될 상황이었고 이는 화재발생의 위험을 현저히 증가시키는 사정으로 피고가 보험자인 원고에게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었다"며 "이는 건축주인 피고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험사인 원고가 현장실사나 공사완료 여부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은 것은 피고가 냉동창고건물을 담보로 제공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허위의 공사완료감리보고서에 기해 부당하게 사용승인을 받은 뒤 이를 감춘채 공사가 완료된 것처럼 사용승인서 등을 제출했기 때문"이라며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에게 고지의무 위반에 관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결국 냉동창고건물 주요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잔여공사를 계속해야 할 상황이었고, 이로 인해 완성된 냉동창고건물에 비해 증가된 화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며 "결국 피고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이런 사정을 고지해야 함을 충분히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현저한 부주의로 알지 못했다고 봐야함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공씨는 2007년 11월 LIG손해보험과 이천시에 있는 냉동창고 건물에 대해 보험금 150억여원의 화재보험 계약을 맺고 외환은행에 보험금 청구권을 채권질권으로 설정해줬다. 그러나 계약 당시까지 건물공사가 계속 되고 있었고, 2008년 1월 결국 화재가 발생해 창고 내부 작업중이던 근로자 40명이 사망했고 10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이에 공씨가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창고 공사가 계속 중인 상황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서 LIG손해보험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채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공씨도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반소를 냈다.
1, 2심 재판부는 보험사측이 당시 창고를 실사하지 않았고 공사완료 여부에 관한 질문을 하거나 이같은 내용의 고지의무를 공씨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며 공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자 LIG손해보험이 상고했다.
한편 공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08년 12월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