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박모씨 등 학부모 113명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사건결의 쟁점은 국공립중학교가 그 학교에 다니는 의무교육 대상자들로부터 수업료를 받을 수 없음에도 수업료에 해당하는 학교운영지원비를 징수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국공립 중학교에서 학교운영비를 징수하는 것은 헌법상 의무교육의 무상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국공립 중학교 등에서 학교운영비를 지원하도록 한 규정이 헌법에 위반돼 무효이므로, 헌법재판소의 무효 결정 전에 해당 규정이 유효임을 전제로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부당이득반환 청구가 받아들여져야 하는지는 요건 등을 충족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취지로, 향후 파기환송심과 그에 따른 대법원 판단이 주목된다.
대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세입규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된 이상, 세입규정을 학교운영지원비 징수의 법적 근거로 보면서도 그 규정이 위헌이 아님을 전제로 지자체들에 대한 원고들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한 원심에는 세입규정의 합헌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사건 세입규정이 위헌이라는 사유만으로 곧바로 공립학교 학부모들이 납부한 학교운영지원비를 피고 지자체들이 부당이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원심은 공립학교 학부모들이 학교운영지원비를 납부한 과정에 학교장 등에 의한 납부고지 등 징수처분이 개재되어 있었는지, 행정처분이 존재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규정에 대한 위헌결정만으로 행정처분 등도 당연무효 되는지 등에 대해 심리·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공립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학부모인 박씨 등은 "헌법상 중학교 교육을 의무교육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도 사실상 수업료인 학교운영지원비를 징수한 것은 잘못"이라며 국가와 서울시·경기도·경북도·광주시·전북도 교육감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구 초·중등교육법 30조의2 2항 2호 등에 학교운영지원비 등을 학교 회계상 세입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학교는 이를 돌려줄 의무가 없다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2심 재판부 역시 2010년 4월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지난 8월 국공립학교의 학교회계에 학교운영지원비 등을 세입으로 규정한 구 초·중등교육법상 해당 규정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