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제92대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선거가 막바지로 치닫으면서 각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음주 28일 선거까지 아직 4일 남았지만 사실상 24일 오늘과 내일 이틀이 실질적으로 남아있는 마지막 선거운동기간이다. 주말에 쉬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전화로 지지를 호소하거나 약속을 잡아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변협회장 선거에서도 휴일 유세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각 캠프는 기존 지지층과 측근들에 대한 표심 단속에 주력했다.
선거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선두그룹에 대한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이미 특정 출신들은 지지하는 후보를 내부적으로 정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서울변호사회장 선거 출마 후보들. 왼쪽부터 나승철·조범제·윤정석·이병주·김관기·허익범 후보 (이상 기호순)
후보들 중에는 인지도 면에서 앞선 나승철 변호사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신영무 변협회장을 도와 변협 기획이사로 활동했던 이병주 변호사와 가장 늦게 출마를 선언한 김관기 변호사 이름도 들린다. 조범제, 윤정석, 허익범 변호사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번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 중에는 청년·여성·고용변호사들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 등 고전적인 문제 해결안이 전면에 나서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처음 감지되는 특이한 공약들도 있다. 특히 후보들마다 변호사업계 개혁문제에 상당한 비중을 뒀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신규변호사 수를 제한하겠다는 후보들이 많다. 변호사 공급이 과잉상태라는 것이다. 이들이 좁은 시장으로 진입하면서 일자리가 줄고, 철저한 자본주의 원칙이 변호사업계의 고용을 지배하는 등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후보들의 대체적 판단이다.
이 대안으로 신규변호사를 1천명 규모로 제한하는 등 신규법조인 배출을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후보들이 많다. 연장선상에서 로스쿨 문제에 대한 지적과 함께 사법시험 존치와 예비시험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도 적지 않다.
서울변호사회의 회계장부와 상임이사회 회의록을 전면 공개하겠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예산에 대한 단식부기를 폐지하고 복식부기를 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그만큼 기존 회무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방증이다. 종전 선거에서도 후보들이 회비나 예산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구체적인 약속을 한 적은 없다.
법조비리를 차단하겠다는 공약도 많다. 최근 법원과 검찰에서 대형비리가 연이어 터지고 이들에 대한 국민적 지탄이 거세진 것이 직접적 이유다. 법원이나 검찰에서 비리 전력이 있는 인사들은 징계나 처벌에 따라 일정기간 공백이 있을 뿐 변호사로 개업할 수 있다.
후보들은 변호사등록 심사요건을 강화하면서 이들에 대한 2차적 응징과 변호사 집단의 청렴성 등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각 후보별 주요공약
청년·여성·고용변호사들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에 대한 해결안은 더욱 구체화됐다. 근로계약서 내지 표준고용계약서 작성에서 한발 더 나가 서울변회에서 로펌이나 법률사무소 등 사업장에 대한 직접 감시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인 변호사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덤덤하다. 기존 집행부들이 내세웠던 비슷한 공약들이 지켜지지 않았고, 그것들이 구체화 되어 이번 선거에서 공약으로 나왔더라도 실현가능성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인 32기의 한 변호사는 "후보들의 공약이 서로 비슷한 것이 많고 어떤 면에서는 기존 집행부들의 공약집을 베낀 것 같은 후보들도 없지 않다"며 "누가 되든 영향이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개업 2년차의 한 40기 변호사는 "거창하고 대단한 비전이 너무 많아 전시용 공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며 "소소하고 간단한 것이라도 실현 가능한 것이고 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38기의 한 고용변호사는 "아직 공약집을 보지 않았지만 예전과 크게 다지 않다고 들었다"며 "다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근로계약서나 표준계약서 작성과 이행 감시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후보자들 측에서는 유권자들로부터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기회가 없는 것이 아쉽다는 입장이다.
한 캠프의 핵심 멤버 변호사는 "직접 변호사들을 만나 표를 지지 할 때마다 원시적이고 구태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에 답답한 적이 많았다"며 "공개토론이나 질의응답식 합동유세 기회가 있었다면 유권자와의 공감대 형성이 더 쉬웠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