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A씨(59)는 2012년 2월 B씨를 성폭행했다. A씨는 B씨의 고소로 수사를 받았으나 혐의를 찾을 수 없었다. B씨의 체액에서 나온 내용물에 대한 국과수 검사결과 정액 반응이 음성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A씨의 DNA도 검출되지 않았다. 게다가 A씨는 당뇨병을 앓고 있어 성관계가 불가능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DFC) 검사결과 혐의가 드러났다. A씨의 Y염색체가 발견된 것이다. 지난 1월 A씨는 유죄가 확정됐다.
#C씨(43·여)는 내연남의 손녀인 D양(5)을 몹시 학대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알루미늄 자로 온 몸을 폭행하고, D양으로 하여금 직접 대소변이 묻은 옷을 빨게 했다. 2011년 1월 베란다에 갇혀 자신의 옷을 빨던 D양은 결국 쓰러져 숨졌다. 부검결과 구타로 인한 뇌출혈과 추위로 인한 쇼크가 직접적인 사인이 됐다. 경찰은 C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C씨가 폭행했다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고 대검 NDFC에서 C씨의 죄가 드러났다. D양을 자주 때리던 알루미늄 자에서 D양의 혈흔과 C씨의 DNA가 검출된 것이다. C씨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돼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의 증거분석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2010년 4만9689건에서 2011년 7만182건, 2012년 8만7841건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40%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증거분석 분야는 2010년 3563건에서 2011년 6412건이던 것이 2012년에는 1만9728건으로 227% 증가했다. NDFC의 기능이 과학수사는 물론 인권보호 측면에서도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DFC는 검찰 창설 60주년이 되던 2008년 10월31일 문을 열었다. 점차 지능화, 첨단화되고 있는 여러 대형사건에 대한 과학수사를 도맡아 수행해오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도 솔로몬 저축은행사건, 하이마트 배임사건, 통진당 부정경선사건, LIG CP부정발행사건), 용인경전철사건, 삼성기술유출사건 등 대형사건의 디지털증거를 직접 분석하거나 지원했다.
◇NDFC요원이 증거분석을 위한 시료채취를 하고 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대형사건에서 활약도 주목받고 있지만 일반 형사사건에서 진범을 가려내 억울하게 고소당한 사람을 구제하거나 오랫동안 미궁에 빠졌던 사건을 밝혀내면서 진면목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마산에서 발생한 포장마차 화재사건이 그런 경우다.
E씨는 2012년 6월 방화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마산시의 한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던 중 난동을 부리다가 난로가 넘어지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고의로 불을 낸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방화죄는 성립되기 어려웠지만 포장마차 주인 측이 제출한 사진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사진은 E씨가 라이터로 일부러 불을 낸 것으로 보이기 충분했다. 그러나 이 사진은 포장마차 여주인의 남편인 F씨가 조작한 것이었다. E씨가 자신의 아내를 넘보는 듯한 행동을 하자 E씨를 방화범으로 몰아간 것이다. 그러나 NDFC의 사진 분석으로 E씨는 풀려나고 오히려 F씨가 증거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0여년간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고양시 특수강도강간 사건도 NDFC의 활약으로 진범이 잡혔다. 2002년에 발생한 이 사건은 범인을 찾지 못했으나 최근 범행으로 구속된 G씨(42)의 DNA가 2002년 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한 것으로 NDFC의 조사결과로 밝혀진 것이다. G씨는 특수강도강간죄로 추가 기소되면서 징역 5년이 더 선고됐다.
G씨와 비슷한 케이스로 검찰은 2010년 7월 DNA법 시행 이후 살인 5건, 성폭력 202건, 강도 42건, 절도 711건 등 미제사건 총 1056건을 DNA-DB를 통해 해결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프로포폴'에 대해서는 감식 절차를 8단계에서 2단계로 대폭 줄여 2시간 내에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최신 기법 개발해 특허등록까지 마쳤다.
◇NDFC요원이 증거자료 분석 전 기기를 점검하고 있다.
NDFC는 최근 3년간 우수인력 32명을 충원하면서 한층 보강됐다. 또 출원중인 기술을 포함해 19건의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93회에 걸친 연구논문·학술발표를 통해 증거분석역량이 더욱 증가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NDFC 관계자는 “최첨단 노하우를 지속적으로 축적함으로써 사건의 실체를 규명함으로써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하고, 증거에 대한 최종 검증기관으로서써 국민의 인권 보장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