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소장 공백 46일째..새정부서도 '찬밥신세'

직무대행 송두환 재판관 22일 퇴임, 7인 체제 운영 불가피
朴대통령 '뒷짐'에 "헌법기관 모독" 비판 여론 비등

입력 : 2013-03-08 오후 5:01:09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 지명이 늦어지면서 헌재가 또 한 번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이강국 전 소장이 지난 1월21일 퇴임했지만 46일째 후임자가 지명조차 되지 못했다. 현재 헌재는 송두환 선임재판관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헌재의 장기공백 사태는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이 소장으로 지명됐다가 자질 미달로 낙마한 것에서 비롯됐다.
 
지난 1월21~22일 인사청문회를 마친 그는 각종 부정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였다가 22일만인 지난달 13일 후보직을 자진 사퇴했다.
 
그러나 이 전 후보자를 향했던 비판의 화살은 이제 박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이 전 후보자가 버티는 동안에는 헌재소장 임명 지연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지만 이제 그 장애상태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송 재판관도 보름뒤인 오는 22일이면 퇴임한다. 인사청문회까지 고려하면 진작 지명이 되었어야 한다.
 
송 재판관 후임은 대통령 추천 몫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현재까지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헌재 소장을 포함해 9명 정원인 헌재가 또 한 번 7인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소
 
박 대통령의 '뒷짐'에 직접적인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한변협(회장 위철환)은 헌재의 위기와 관련해 7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국회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변협은 "국회와 정부의 헌법기관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헌재의 기능이 신속하게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뜻을 같이 하는 시민단체 및 국민들과 연대해 법치주의 수호와 기본권 보장을 위한 범국민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지역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헌법을 강의하고 있는 한 교수는 "그동안 재판관 교체기가 오면 법조 출신이 아닌 학자나 공무원 출신 등 임용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점잖은 공론이 오갔지만 지금은 사치"라고 개탄했다.
 
그는 "쫓기듯 아무나 헌재 소장이나 재판관으로 세울 수는 없지만 지금과 같은 사태는 해도해도 너무한 상황"이라며 "헌재의 무게를 가벼이 보는 풍조가 도를 넘었다. 이는 곧 헌법모독"이라고 지적했다.
 
헌재 내부에서도 재판관이나 소장 등 유독 헌재 인사에 대한 임명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볼멘 소리가 나온다.
 
헌재의 한 연구관은 "헌재 25년 역사 사상 지금은 가장 혹독한 시련기"라고 한마디로 요약했다.
 
그는 "헌재가 설립기부터 지금까지 나름대로 단계를 밟아가면서 성장해왔고 이제는 국제적인 위치도 상당해졌지만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허사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아재연합)' 초대 의장국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우리 헌법재판제도를 연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전직 재판관의 부정과 국가의 홀대로 헌재의 위상이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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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