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퍼포먼스 형태의 '플래시 몹(flash mob)' 방식의 집회도 옥외집회에 해당하므로 경찰서에 신고 없이 이뤄졌다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플래시몹이란 미리 정한 장소에 모여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약속한 행동을 한 후, 바로 흩어지는 불특정 다수의 군중 행위를 말한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서울 명동에서 청년유니온의 노조설립신고를 노동부가 반려한 것을 규탄하는 플래시 몹 집회를 신고 없이 연 혐의로 기소된 청년유니온 준비위원회 위원장 김모씨(33·여·회사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모임은 비록 널리 행위예술의 한 형태인 퍼포먼스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주된 목적, 일시, 장소, 진행 내용 및 소요시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집시법상 신고의무의 적용이 배제되는 오락 또는 예술 등에 관한 집회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 모임은 그 실질에 있어서 정부의 청년실업 문제 정책을 규탄하는 등 주장하고자 하는 정치·사회적 구호를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려는 의도 하에 개최된 집시법상 옥외집회에 해당하므로 사전신고의 대상이 된다"며 "신고 없이 이뤄진 이 모임을 주도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은 옳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모임이 개최될 것을 관할 경찰서가 알고 있다거나 평화롭게 진행되고, 모임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의견이 정당한 것이라고 해서 집시법상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며 "신고서 제출 없이 이뤄진 옥외집회인 이 모임이 정당행위라고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청년유니온의 노조설립신고를 노동부가 반려하자 청년유니온 카페 공지란에 "서울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자"는 글을 게시한 뒤 2010년 4월4일 오후 1시부터 30여분간 회원 10여명과 함께 극장 앞에서 집회를 연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에 따르면 김씨 등은 상복이나 학사복을 입고 '청년실업 해결하라'는 등의 내용이 쓰인 피켓을 목에 걸고 구호를 외치는 등의 방법으로 ‘노조설립 신고서 반려 반발 플래시 몹 퍼포먼스’를 개최했다.
1, 2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미신고 옥외집회를 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만원을 선고 했으나 김씨는 "당시 퍼포먼스는 순수한 예술행위로서 집시법상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집회"라며 무죄를 주장하면서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