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법치주의 실현을 목표로 법의 날을 기념해 온지 오늘이 꼭 50번째 되는 날입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을 비롯한 많은 내외 귀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법의 날 50회 생일을 축하함과 아울러 우리 사회에서 법의 진정한 가치와 역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확립함에 있어 그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소중한 가치는 바로 개인의 존엄과 가치입니다. 각 개인은 자유로운 창의력과 성실한 노력에 의해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고 행복을 이룸으로써 자신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수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창의력과 노력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약속되는,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안정되고 평화로운 사회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법의 사명은 바로 이러한 사회를 조성하여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완벽히 보장하는 데 있고, 바로 그것이 법치주의의 현대적 과제라 할 것입니다.
법치주의를 구현하려면 무엇보다 법이 우리 국민의 생활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진정한 규범이 되어야 합니다. 법이 이처럼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 그리고 준법의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법이 국민 개개인을 속박하고 제한하는 틀이 아니라 국민을 보호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장치라는 인식이 국민의 머릿속에 각인되게 하는 것은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국민이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법의 적용과 집행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만 법의 진정한 가치가 발휘되는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법을 소중히 여기고 법질서에 대한 침해를 단호히 저지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나갈 책무가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법은 단호하고도 엄정하게 집행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에게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치주의 이념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그 위에 법을 제정⋅해석하고 집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국민을 위하는 진정성이 느껴지고 따뜻한 인간미가 묻어나오게 하여야만 법이 진실로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 차가운 논리나 무미건조한 설명보다는 법의 운용 과정에서 배어나오는 따뜻한 배려와 이해심에 공감함으로써 비로소 진정한 승복과 지지로 화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과제를 풀어나감에 있어 특히 법조인의 활약이 다른 어느 직역보다 더 요구됨은 두말 할 나위가 없습니다. 법조 직역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로 법에 대한 존경으로 연결됩니다. 이는 법조의 어느 한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법조 직역 종사자들이 한 마음으로 노력해야 할 과제입니다. 법조인이 자신의 소속을 떠나 법조 전체, 나아가 우리 사회 모두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희생하고 봉사하는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줄 때 우리 사회는 법의 정신이 지배하고 고귀한 헌법적 가치가 보장되는 사회로 한 걸음 다가서게 될 것입니다.
50주년을 맞은 법의 날에 임하여 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고히 하도록 우리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다시 한 번 가다듬읍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 힘을 모아 국민 모두가 법치주의의 기반 위에서 각자의 존엄과 가치를 마음껏 누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2013. 4. 25.
대법원장 양 승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