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올 들어 우리 증시는 선진국 증시와 디커플링 현상을 보이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 대체적으로 증권사들은 하반기 코스피 예상 밴드 하단을 1900선 전후로, 상단을 2200선 전후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 출구전략, 엔화 약세, 기업 실적 둔화 등 여러 악재들이 증시를 괴롭혔지만, 동시에 밸류에이션 매력, 경기회복 등 호재가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수 자체의 움직임 보다는 업종과 종목별 선별적인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업종별 하반기 흐름을 전망하는 기획을 준비했다.(편집자주)
철강·조선·기계업종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엔화 약세의 타격을 받아 상반기 내내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갔다. 수출로 먹고 사는 업종 특성상 대외 경기 악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하반기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업황 개선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조건 충족 시 제한적 상승이 예상되는 조선주를 제외하면 철강과 기계업종의 경우 비수기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하반기에도 눈높이를 낮춰야 하는 이유다.
◇철강주, 업황 개선 기대는 '시기 상조'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철강업종지수는 종가를 기준으로 연초(1월2일)부터 지난 19일까지 14.64% 하락했다. 같은 기간 7.03% 내린 코스피 지수의 2배를 웃도는 하락률이다. 철강업종지수는 지난 4월 중순 사상 최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상반기 철강주의 약세는 국내외 부진한 업황이 이끌었다. 최대 수출처인 중국의 경기 회복이 더뎠던 점이 악재로 작용했다.
최근까지도 중국 철강 수요는 증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생산량만 급증하고 있다. 재고도 줄지 않는 상황이다. 국내 철강가격에 영향을 주는 중국 철강가격도 낮은 수준을 이어갔다. 업황 상 철강주가 탄력을 받을 만한 조건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철강업황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관철 BS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 경기 부진의 가장 큰 문제가 거시 경제 회복 지연과 철강 공급 과잉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강운 신영증권 연구원은 "4분기 중국 정권 교체가 마무리되는 동시에 인프라 투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 요인은 존재한다"면서도 "기대감만으로 투자하기는 이른 시기"라고 판단했다.
◇기계업종, 고난의 시기는 지속된다
기계업종 역시 고난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기계업종지수도 4월 중순 철강과 마찬가지로 940선을 하회하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지난 19일을 기준으로 5.94%까지 회복하기는 했지만 반등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하반기에도 중국 경기 회복 관련 불확실성 탓에 뚜렷한 성장 모멘텀을 찾기는 힘들다. 계절적 비수기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건설기계 부문이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홍진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건설기계 시장의 침체가 여전한 상황에서 미국 시장마저 악화되는 추세"라며 "업황 회복의 핵심인 중국 시장 반등이 감지되지 않고 있어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의 경우 신규 수주 증가와 실적 개선에 힘입어 주가 상승 모멘텀 발생도 가능할 것"이라며 "자회사 이슈가 해소되면서 불확실성 우려가 축소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주, 여전히 어렵다..선가 반등시 '제한적 상승' 가능
상반기 조선업종의 주가도 업황을 반영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달 초 새로 만든 선박의 가격인 신조선가가 2년여만에 오르며 반등을 시도했지만 이후 의미있는 상승세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다만 하반기에 일정 조건만 갖춰진다면 제한적 반등은 가능할 전망이다.
상선 발주가 올해 초부터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조선주에 대한 호전망을 뒷받침했다. 여기에 국내 조선업체의 드릴십 수주가 기대만큼 진행된다면 주가도 일정 부분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까지 약세를 보였던 액화천연가스선(LNG선), 드릴십, 해양생산설비의 발주 재개가 예상된다"며 "아울러 상선 가격이 인상될 경우 수주 증가 효과가 주가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익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선가 상승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주가의 추세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수주 모멘텀과 상선 발주 기대감에 힘입어 하반기 제한적 상승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