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검찰총장
전국의 검찰가족 여러분, 반갑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검찰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검찰을 떠난 지 8개월 만에 검찰총장의 중책을 맡게 되어 저 개인의 영광과 인간적 감회도 적지 않습니다만, 우리가 처한 현실과 산적한 당면과제를 생각하면 무거운 책임감이 앞섭니다.
길은 멀어 보이고 해야 할 일은 많지만, 저에게는 여러분과 함께 이루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습니다.
‘바르고 당당하면서 겸허한 검찰’로 거듭나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검찰인으로서 명예와 자존을 회복하겠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각오를 새롭게 하자는 뜻에서 ‘바른 검찰’, ‘당당한 검찰’, ‘겸허한 검찰’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Ⅱ
검찰가족 여러분!
‘범죄 수사’라는 검찰 본연의 임무에 전념하고, 이를 제대로 수행해야 ‘바른 검찰’입니다.
검찰의 기본적 임무와 기능은 ‘범죄’에 대해 국가형벌권을 실현하여 정의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검찰의 역량을 국민이 필요로 하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한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나갈 것입니다.
무엇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법질서를 확립하는 데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합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대한민국의 존립과 발전을 가능케 한 근간이며, 정치적 입장을 초월한 헌법의 핵심가치입니다.
검찰은 국가의 안위를 책임진다는 투철한 사명감과 남북분단의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결연히 맞서야 합니다.
민주주의 발전의 토대인 공명선거문화의 정착에도 힘써야 하겠습니다.
선거운동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면서도 반칙과 불법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주어진 역할을 다하되, 선거사건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공명정대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공동체의 안녕질서를 위협하는 불법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단호히 대처하고, 특히 정당한 법집행을 무력화시키려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노사의 자율적 대화를 최대한 존중하되, 법을 위반한다면 노사 구별없이 엄정하게 대응하여 산업평화 정착에도 기여합시다.
또한,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구조적 비리를 뿌리 뽑고, 사회지도층의 범죄일수록 추상같이 단죄해야 합니다.
경제 규모는 날로 커지고 사회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겉으로 드러난 문제에만 대응하는 일회성 단속이나 단편적 수사로는 국민이 바라는 검찰의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고 평가받기 어렵습니다.
앞으로는 사회의 발전양상과 병리적 현상에 대한 심층적 연구를 통해 구조적, 내재적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하겠습니다.
‘윗물이 맑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상대적으로 법을 더 잘 지킬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잘못을 저지른 때에는 더 준엄하게 법을 집행합시다.
복지재정의 누수를 초래하고, 국민의 혈세나 공적자금을 낭비하는 공직사회와 공기업의 비리에 대해서는 더한층 엄정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또한, 자유경쟁과 공정거래 질서를 훼손하는 기업비리와 탈세ㆍ불법사금융 등의 지하경제 범죄도 지속적으로 근절해나가야 하겠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범죄를 통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수사와 공판과정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되, 범죄로 얻은 수익은 무엇이든 끝까지 추적하여 철저하게 환수해야 하며, 이에 필요한 인적ㆍ물적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지키고,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검찰의 가장 중요한 사명임을 잊지 맙시다.
국민 모두가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는 가운데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검찰의 책임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성폭력, 학교폭력 등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각종 폭력범죄와 보이스피싱, 불법채권추심을 비롯한 서민생활침해범죄는 단호하게 척결합시다.
무엇보다, 우리 이웃의 답답함과 억울함을 풀어드리고, 권익을 지켜드리기 위해 신속한 권리구제와 종국적인 분쟁해결에 더욱 노력합시다.
이것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Ⅲ
검찰가족 여러분!
공직자로서의 명예와 자존을 지키는 ‘당당한 검찰’로 거듭납시다.
먼저, 검찰공무원다운 도덕성과 기강을 보여줍시다.
힘들고, 고달픈 사정은 우리 서로가 이해하고 격려하되, 밖으로는 의연한 자세를 견지하고, 공사생활의 모든 면에서 명예와 자존을 지켜나갑시다.
검찰공무원이라면 ‘어느 자리에 있었는지’보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하였는지’에서 긍지를 찾고, 어떠한 임무가 주어지더라도 신명을 바쳐야 합니다.
그리고, 혹여 국가와 국민에게 누를 끼친다면 법 이전에 스스로 국민에게 책임지는 선비의 모습을 보여줍시다.
아울러,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어떠한 시비도 불식시키겠다는 각오를 새로이 다집시다.
검찰은 어느 누구의 편도 아니며, 오직 국민의 편입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검찰구성원 모두의 결연한 의지가 있을 때 비로소 온전히 지켜질 수 있습니다.
저 자신부터 어떠한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수사는 결과뿐만 아니라 절차와 과정까지도 항상 정의로워야 합니다.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일수록 구성원들의 중지를 모으고 국민의 뜻을 잘 살펴 결정하는 투명한 사건처리시스템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검찰구성원 모두가 명실상부한 형사사법의 프로페셔널이 됩시다.
우선, 급변하는 범죄양상에 자신 있게 대처할 수 있도록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실력을 쌓아 최고의 검사, 최고의 수사관이 됩시다.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라면, 범죄인이 아닌 범죄행위만을 제재의 대상으로 삼고, 치료가 꼭 필요한 환부만을 정확하게 도려내는, ‘사람을 살리는 수사’를 합니다.
어떤 사건이든 일체의 선입견 없이 치밀하고 정제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밝혀 나감으로써 더 이상은 ‘표적수사’나 ‘과잉수사’와 같은 지적이 없도록 합시다.
범죄는 갈수록 지능화되고, 분쟁과 갈등은 나날이 첨예화되고 있어 기존의 검찰 운영방식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모든 구성원의 역량이 결집되어야 합니다.
특히, 경륜과 실력을 갖춘 기관장과 중간간부들이 후배 지도와 감독에만 그치지 않고, 솔선수범하여 직접 사건 수사에 나설 때 검찰의 많은 난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Ⅳ
사랑하는 검찰가족 여러분!
우리 모두 더욱 겸허해집시다.
주권자의 의사를 경청하여 업무에 반영하는 것은 국민의 공복으로서 당연한 책무입니다.
인간의 다양한 삶을 살펴 그 잘못을 가려내야 하는 검찰은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단지 법만으로 재단하려 하여서는 아니 되며, 늘 겸허한 자세로 세상사는 이치와 사람 사는 정리까지 헤아려야 합니다.
자신의 권리구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보호하고 배려하여 그분들이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국가 발전에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갑시다.
그리고, 검찰의 결정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보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업무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앞으로 검찰시민위원회를 비롯한 국민참여 제도를 더욱 실질화, 활성화하여 국민의 뜻을 최대한 반영할 것입니다.
검찰 내부에서부터 역지사지하여,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해야 국민을 편안하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지 않고, 서로 신뢰하며 끊임없이 소통하여 타당한 결론을 찾아가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합니다.
부서와 직급, 출신과 학연을 떠나 마음의 벽을 허물고 하나로 힘을 모으는, 단결된 검찰을 만들어갑시다.
아울러, 검찰은 국가기관의 일원으로서 다른 국가기관과 공사(公私)단체는 물론,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이 국민의 행복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그 고유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최대한 존중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Ⅴ
검찰가족 여러분!
그동안 검찰은 안팎으로 많은 시련을 헤쳐 왔지만, 지금처럼 엄중한 상황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질책과 비판을 새겨듣고, 스스로 성찰하며, 모두의 지혜를 모아 하나하나 바꿔나갑시다.
저부터 권위와 지시가 아닌 소통과 이해로써 여러분과 눈높이를 맞추고, 여러분과 함께 호흡하겠습니다.
끝으로, 많은 분들이 읽어 보았을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취임사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 무엇인가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것입니다. 무엇인가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검찰을 향한 간절한 소망을 품고, 굳건한 의지로 우리 모두 힘을 모아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합시다.
검찰가족 여러분의 끝없는 열정과 헌신을 기대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3年
12月2日
검찰총장
金鎭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