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53·구속기소)이 자신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 재판을 “유신시대 사상재판이자 국정원 예비검속을 합법화한 정치재판”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29일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이민걸) 심리로 열린 항소심에서 이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1심 법정에서 진행된 것은 구체적 행위에 대한 검증이 아니라 피고인들의 말과 생각에 대한 논쟁이었을 뿐”이라며 “다른 사상을 가진 것이 아니라 다른 사상을 가졌다고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12년 구금과 10년 자격정지를 포함해 20여년간 정치적 권리를 박탈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 의원은 “1심 재판부는 저를 RO 총책으로 지목했으나 RO조직의 존재 자체를 모를 뿐만 아니라 총책이라면 지침을 내리면 될 것을 굳이 130여명이 넘게 한 자리에 모이게 할 이유가 없었다”며 “검찰은 폭동으로 정권을 타도하고 북이 곧 남침할 것이라는 이른바 결정적 시기라는 판단으로 (제가) 조직을 공개했다는 것인데 2013년 봄 박근혜 정권 초기에 지지율 60%를 상회하는 시기를 결정적시기로 판단할 만큼 대한민국 국회의원인 제가 어리석거나 무모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의 주장처럼 5월10일, 12일에 모인 130여명의 사람들이 내란을 음모했다면 바로 그 다음날부터 바쁘게 돌아갔어야 마땅하다”며 “그러나 1심 법정에 나온 국정원 프락치도 다음 첫 번째 회합이 한달 뒤인 6월5일이라고 했다. 그날 모여서 실제 논의한 것은 백두산 관광이었다. 누구의 머릿속에 내란이 있었다는 것이냐”라고 강조하면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또 “저는 1심 재판부가 상식과 법 그리고 양심에 기초해 누명을 벗겨주리라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면서 “아마 1심 재판부는 제가 내면화된 종북주의자로 그 무슨 말을 하건 무슨 행동을 하건 북의 대남혁명론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저를 10여년간 추적했던 국정원은 제가 북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지만 종북이라는 낙인을 찍었다”며 “종북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모욕적인 말로, 자기 머리를 가진 사람이 이 땅에서 진보정당의 길을 가는 제가 왜 북을 추종하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끝으로 “이번 재판이 끝날 때 쯤이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왔는지가 결정될 것이다. 사법정의는 과연 살아있는지가 확인될 것이다”라며 “1심 재판부의 구시대적 판결을 바로잡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처음 열린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의원측은 무죄를, 검찰측은 형이 가볍다는 주장을 이어가며 밤 늦게까지 격렬한 공방을 이어갔다.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은 지난 2월 17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이 의원에 대해 징역 2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구형했다.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 2월3일 결심공판에 참석해 재판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제공=수원 사진공동취재단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