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까지 금수원에 집결한 기독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 중 일부가 유서를 미리 써놓고 검찰 수사에 대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73·현상수배)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경기 안성 금수원에 집결한 신도들 중에는 집을 떠나기 전 유서를 남겨두고 온 신도들이 상당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 회장이 금수원에 은거하고 있다는 소식과 검찰의 강제구인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수원 정문에는 평일에도 수백명이 진을 치고 검찰 진입에 대비했다.
지난 12일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 정순신 주임검사(특수부장)가 유 회장과 소환일정 등을 조율하기 위해 금수원을 방문했을 때도 구원파 신도들은 완강히 거부하고 정 부장을 되돌려 보냈다.
검찰이 그 다음날 유 회장에게 16일 오전 10시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할 것을 통보하면서 금수원에 집결하는 구원파 신도들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유 회장이 아무런 설명 없이 소환에 불응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유 회장의 장남 대균씨가 소환에 불응하자 즉각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에 나섰던 것처럼 검찰이 강제구인을 이유로 금수원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 회장의 영장실질심사 소환·불응하자 검찰은 당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리고 이튿날부터 시작된 주말 구원파 신도들의 집결은 절정을 이뤘다. 전국에서 집결한 구원파 신도들은 3000여명에 달했고 이들 중에는 검찰의 강제진입 저지를 위해 무술 유단자출신 신도들이 대기 중이라는 말도 돌았다.
“김기춘 실장, 갈데까지 가보자” “종교탄압 금지하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금수원 정문에 걸리면서 정부와 검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져갔다. 검찰은 이때까지 이번 수사와 기독복음침례회는 무관하다고 해명을 이었다.
지난 20일 유 회장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도 불응했다. 이때부터 검찰은 인근 경찰에 병력을 요청하는 등 금수원 진입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구속영장청구시 법원으로부터 강제구인 영장을 발부 받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금수원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21일 오전 11시 이태종 금수원측 임시 대변인이 돌연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당시까지 대변인을 맡았던 조계웅씨가 사퇴한 뒤 전격적인 협조선언이라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이 대변인은 이날 "기독침례회와 오대양사건은 관련이 없다는 것을 검찰측이 공식 확인했다"며 "농성을 풀고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또 "더 이상 유 전 회장의 인간방패로 오해 받으며 몸으로 투쟁한 것을 물리겠다"고 강조하면서 유 회장과의 본격적인 선 긋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후 검찰 수사인력 70여명이 금수원으로 진입하고 경찰병력 240여명이 정문 앞에 대기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구원파 신도들과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8시간이 넘는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유 회장이나 장남 대균씨는 검거하지 못했다. 다만 유 회장 부자의 도주로를 추적하기 위한 단서 등 증거물을 박스 8개 정도 압수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다행히 사태가 잘 해결됐다"며 "유서를 써 놓고 떠난 분들이 귀가하자 가족들이 울면서 안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금수원 재진입이나 지도자급 수사 가능성에 대해 "유 회장 부자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끝난 23일 금수원 입구의 모습. 정문에 집결했던 신도들과 경찰, 취재진이 모두 철수한 뒤 한산한 모습으로 남겨져 있다.(사진=박중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