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부정적 감정 털고 진짜 조언자로 나서야

자녀는 커가는 중…어른 아니라는 점 인정을

입력 : 2015-05-12 오전 6:00:00
따지고 보면 부모들 입장에서는 내 자녀가 100% 흡족한 경우는 없다. 그러다 보니 차분하게 얘기를 시작하더라도 결국 감정이 실린 '잔소리의 악순환'은 계속된다. 방법이 없을까.
 
해법은 간단한 데 있다. 부모는 어른이고 자녀는 자라나는 과정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 차이를 인정하는 게 첫걸음이라고 조언한다.
 
송인섭 교수는 그 방법으로 '대화방식 되짚어 보기'를 추천했다. 그의 저서 <공부하는 척 하지 마라>에서다. 부모와 자녀 각자가 빈 종이에 평소에 서로 기분을 상하게 했던 대화들을 문답식으로 적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각자의 대화 방법이나 상황을 되짚어 보고 관계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송 교수는 설명했다.
 
이 방법은 부모뿐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효과적이다. 실제로 공부하라는 엄마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벌컥 화를 내던 이지은(17·가명)양은 엄마와 '대화방식 되짚어 보기'를 한 뒤 가진 송 교수와의 상담에서 속내를 털어놨다.
 
"공부하라는 잔소리 때문에 의욕까지 떨어졌어요. 그냥 두면 다 알아서 할 텐데 자꾸 잔소리를 하니까 엄마가 나를 믿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송 교수가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그러기로 스스로 약속했으면서도 자주 지키지 않는 지은이가 걱정되어서 엄마가 그런 것은 아닐까"라고 조언하자 송 양도 수긍을 했다고 한다. 이 양은 이런 말도 했다.
 
"엄마가 미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잔소리'를 들으면 화부터 나요. 어떤 때는 그런 제게 더 화가 나고 짜증이 나요."
 
이 양은 '대화방식 되짚어 보기'를 통해 자신이 엄마에게 보였던 반응의 문제점, 자신의 진짜 속내, 엄마의 마음을 찬찬히 돌아본 후 '말대꾸 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기‘, ’침 꿀꺽 삼켜보기‘ 등 엄마 말에 화가 나고 짜증이 날 때 어떻게 대처할 지를 생각해보고 실천해보기로 했다고 송 교수는 전했다.
 
물론 매듭을 먼저 풀어야 하는 쪽은 부모다. '끓어오르기 쉬운 부정적인 감정(분노, 짜증 등)'을 털어내고 한 템포 쉬어가며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 부정적인 감정은 자녀에게 쉽게 전이가 되기 때문이다.
 
진학사 청소년교육연구소 관계자는 "'공부하라'는 이야기가 갈등으로 귀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진단했다.
 
공부에 실린 감정이 주로 '하기 싫음, 귀찮음' 등 부정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부'라는 말만 입에 올려도 부모-자녀가 같이 화를 내고 의도치 않은 상처를 주고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부모와 자녀간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각자가 주고받는 대화에서 '부정적인 감정'들을 먼저 털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기본적인 노력이 없이 이루어지는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공부하라'는 조언을 빙자한 잔소리는 자녀 교육에 결코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조언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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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