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경선 자금 1억2000만원의 출처에 대해 부인의 비자금이라고 주장하면서 관련 의혹을 재차 부인했다.
홍 지사는 11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995년 11월부터 2005년 12월 말까지 10여년간 변호사 활동을 했다"며 "그때 번 돈 중 일부를 집사람이 비자금으로 저 몰래 현금으로 10여년을 모았다"고 밝혔다.
또 "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국회운영위원장을 겸하기 때문에 매달 국회대책비로 4000만원∼5000만원씩 나온다"며 "그 돈은 전부 현금화해 국회 대책비로 쓰고,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돈을 비자금으로 만들어 2004년 8월부터 우리은행 전농동 지점에 대여금고를 빌려 2011년 6월 3억원 정도를 가지고 있다가 정치 시작 후 처음으로 경선기탁금이 커서 돈을 구해 달라고 부탁하니 이중 1억2000만원을 5만원권으로 내어 기탁금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지사는 "이번에 검찰 수사를 받기 전에 그 돈이 무슨 돈이었는지 물어보니 그렇게 알려주었고, 왜 재산등록 때 말 안했느냐고 하니 자기 비자금인데 당신 재산등록에 왜 하느냐고 반문했다"며 "아직도 돈이 1억5000만원정도 남아 있고, 지금은 잠실집 근처 우리은행에 대여금고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진행하기에 앞서 홍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이러한 내용의 글을 남겨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맞섰다.
그는 또 기자회견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공천 목적으로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비현실적 허구"라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지난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통해 성 전 회장이 보낸 1억원의 정치자금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전 부사장은 당시 홍 지사의 공보실장이었다.
그는 "1억원은 정치권에서는 광역 의원하는 공천자금도 안 된다. 1억원을 받았다는 주장은 허구"라며 "17대 때 5억원을 들고 와서 공천을 달라는 사람이 있었다. 1억원으로 공천헌금 운운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다"고 강조했다.
홍 지사는 지난 8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날 검찰이 홍 지사의 소명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그는 "검찰은 윤 전 부사장에게 금품을 받았다는 일시, 장소를 물어보지 않았다"며 "범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공소할 수 없는데, 피의자를 왜 부르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이 특정 일시와 장소를 주면 즉시 일정표를 제출하겠다"며 "당시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일정표를 변경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홍 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참고인인 윤 전 부사장에 대해 2010년 캠프에서 여러 차례 봤다고 말했지만, 2011년에는 11월에만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11일 오전 경남도청 소회의실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검찰 수사와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선자금 1억여원의 출처를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